▲경북도립국악단 사무실
조정훈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의 막말 논란에 이어 경북도립국악단 무용파트 단원들이 안무자가 지속적으로 인격모독 발언과 성적 수치감을 주는 발언을 일삼았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북도립무용단 무용단원 12명은 지난달 24일 '2014년 경북도립예술단 실기평정' 오디션을 앞두고 송아무개 안무자가 잦은 인격모독 발언, 성적 수치심을 주는 언어폭력 등을 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사퇴를 요구한 성명서에는 무용파트 19명 가운데 12명이 서명했고 경북도립국악단원 86명 가운데 55명도 동조서명에 나섰다. 경북도립교향악단 단원 20여 명도 서명에 동참한 상태다.
무용단원들은 송 안무자가 2012년 4월 위촉된 뒤부터 안무자의 춤 스타일과 다르다는 이유로 폭언을 일삼고 손바닥으로 등을 가격하는 등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단원들은 송 안무자가 10년 이상 된 단원들에게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 "어디서 무엇을 배웠느냐". "스승이 누구냐" 등 인격을 모독하고 모멸감과 자괴감을 주는 발언들을 수시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무리한 작품 구성으로 야외공연 시 무용복을 바꿔 입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외부인들에게 노출되는 등 성적수치심을 호소했지만 송 안무자는 "벗는다고 달라질게 있느냐, 그 몸을 누가 보겠느냐"며 묵살했다고 말했다.
무용단원들은 특히 송 안무자가 근무시간을 초과해 밤 12시까지 연습을 시키면서도 초과수당을 주기는커녕 사생활을 침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 아무개 무용단원은 "임신을 해 무용 연습을 할 수 없었는데도 하루 종일 세워놓고 앉지도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무릎통증, 하지정맥, 허리디스크 등의 질병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 단원은 "근무시간 내내 강제로 서 있도록 해 불만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용단원들은 연습복 지정의상실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무용복을 맞추는 지정의상실을 경상북도가 입찰을 통해 지정하지만 연습복은 개인별로 맞추어 입는 게 정상인데도 지정의상실을 이용하게 하고 이용하지 않을 시에는 안무자실로 불러 개인 면담을 하고 차별대우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송 안무자의 안무력과 자질도 문제 삼았다. 안무자가 안무를 지도하면서 세 번 이상 가르쳐주지 않고 틀릴 경우 단원들의 자질을 문제 삼고 무용단원들이 연차휴가나 개인특별휴가를 사용할 경우 안무자 스케줄에 맞추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단원들의 출장비와 공금을 거두어 안무자의 의지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송 안무자는 또 단원들에게 개인교습을 받을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단원은 "안무자가 수석단원에게 무용교습을 받으라고 권유했다"며 "여러 단원들이 이런 권유를 받았고 송 안무자가 교습비로 수백만 원을 요구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송 안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오디션 곡목을 선정하면서 산조곡과 즉홍창작 무용 두 곡목 모두 송 안무자 개인 춤으로 정했다며 형평성과 공정성,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나서면서다.
오디션 곡목 공고는 통상 한달 전에 공고하지만 이번 오디션 곡목은 15일 전에 정하고 즉홍창작 무용은 오디션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정해 안무자가 자신의 뜻과 의지대로 무용단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무용단원들의 주장에 대해 관현악단의 한 단원도 송 안무자가 무용단원들에게 월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증언했다. 이 단원은 "저는 파트가 달라 안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무용단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송 안무자가 와서 지도한 무용은 무용이 아니라 매스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무용단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전 단원도 "송 안무자가 와서 그만둔 단원들이 9명이나 된다"며 "송 안무자로부터 인격모독 등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그만둔 단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 안무자가 취임한 후 그만둔 9명 중 7명이 안무자의 퇴임을 요구하는 진술서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