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라는 '부당한 죽음'으로부터 구사일생한 '단원고 2학년 생존학생(이하 생존학생)'들 중 일부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감안할 때, 정신적·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학업도 부담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치료비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경제적 고통까지 감수해야 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자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현재 대다수 아이들이 불면증은 기본이고 극심한 폐쇄공포증이나 불안증 등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심한 경우 피부염과 호흡기 질환에도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지정 병원인 안산 고대병원에 가면 한 번에 진료가 가능하지만 종합병원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로 학교나 집 주변의 피부과, 내과, 한의원 등 개인병원을 주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치료비는 물론 개인 부담이다.
이에 대해 안산 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한창수 교수는 2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상당수 생존학생들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상을 겪고 있으며 신경성 신체증상으로 피부병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고 발생 6개월이 지나 다시 시행한 심리검사에서 생존학생 전원의 스트레스 반응지수가 증가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핫라인 구축, 주기적 상담 및 치료시스템 만들어야"
생존학생들을 위한 병원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안산 고대병원에서 이뤄지는 진료 및 치료비는 해운조합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올해 말로 끝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생존학생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장동원 위원장은 "한 번 갈 때마다 평균 20~30만 원씩 나온다"라며 "개인이 모두 부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아직 어린 생존학생들의 미래도 걱정이다. 장동원 위원장은 "아이들이 대학에 가게 되면 안산을 떠나 전국 곳곳으로 흩어질 수 있는데 그러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전국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 군 문제도 마찬가지고… 결국,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창수 교수도 "미국의 9·11테러나 카트리나 피해 등의 경우에서 보면 3년이 지난 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최소 3년 동안은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생존자가 많이 분포해 있는 안산, 인천, 제주 등 3개 지역만이라도 병원을 지정해 핫라인을 구축, 주기적인 상담 및 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생존학생의 한 부모가 아이의 보험가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산시 사동에 살고 있는 김진형(35)씨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아이들이 단원고 생존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가입조차 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자 단원고를 주홍글씨로 만들어 버리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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