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만이> 책표지.
꿈꾸는 돌고래
교실에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한두 명씩은 있다.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거나 규칙을 깨고 마음대로 행동한다. 학교 밖에선 이들을 문제아라고 쉽게 단정 짓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타인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인정욕구가 바깥으로 드러난 경우가 많다. 교실에 30여 명의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데 정작 마음 한 켠을 내 줄 사람은 없다.
매일 집과 학교를 부지런히 오가지만, 자신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다.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 관심을 갈구하며 눈에 띌만한 문제 행동들을 한다. 우리가 말하는 비행 청소년의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 있다.
<똥만이>의 주인공 동만이도 주변인들이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동만이 가족의 행복했던 시간은 카메라 셔터 소리만큼 짧게 지나간다. 아버지는 술과 노름에 빠지면서 보신탕집 '오작교'를 등한시한다. 엄마와 불화가 발생한 건 당연한 일. 아버지는 노름을 말리는 엄마를 손찌검하고도 노름과 멀어지지 못한다.
엄마는 결국 '오작교'를 떠난다. 엄마와 아버지의 사이가 틀어지는 동안 어린 동만이에게 관심을 보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가 떠난 오작교에서 아버지는 종종 동만이를 혼자 두고 도박하러 나간다.
청계산 속 외딴 별장 한 채, 백열등 아래에서 동만이는 어른들도 견디기 힘들 두려움, 외로움과 싸우며 아버지를 기다린다. 강아지이자 여동생이었던 똥개 동미가 손등을 핥으며 동만이를 위로한다.
이후로 아버지가 귀찮아 할 정도로 말수가 는 동만이. 오작교에 온 손님들 앞에서 물장구를 세게 차거나 높은 나무에 올라 눈길을 끌 정도로 쾌활한 아이가 된 것도 이때부터다. 주어진 환경이 집인 오작교와 학교 뿐인 상황에서 동만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학교에서는 꼴통으로 낙인 찍히고 받아쓰기 정답 갯수로 손바닥을 맞으며 매일 나머지 공부를 해야하는 처지다. 동만이의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은 오작교 앞에 아버지 오토바이가 있으냐 없느냐로 결정되었다.
외로웠던 동만이가 엇나가지 않았던 건 아버지와 살던 '오작교'와 엄마가 살던 '창신 여인숙'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 덕분이다. 오작교에서 엄마, 아버지 없이 처음으로 밤을 지새던 날 함께 있어준 뻥튀기 아저씨, 초등학교 입학식날 이름표도 차지 않고 서성이던 걸 붙잡아 입학식에 참가시켜 준 정현이 엄마, 울면서 버스에 태워달라는 동만이를 말 없이 태워주며 휴지를 건넨 안내양 누나, 동만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예뻐해 준 남영이 누나, 소영이 누나. 길에서 스친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심이 어린 동만이를 붙잡아주는 힘이 된다.
책 말미에 동만이는 자신을 혼자 두고 도박하러 가는 아버지에 지쳐 엄마에게로 간다. 얼마 뒤 자신을 찾으러 온 아버지 앞에서 엄마랑 사는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따라간다. 이때 뻥튀기 아저씨의 말을 떠올린다.
"동만아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외로운 사람 곁을 지켜주면서 살아라, 그래야 좋은 사람이다."아버지는 동만이가 스스로 오작교를 뛰쳐나올 정도로 혼자 외롭게 두셨지만, 그도 외로운 사람이었다. 새엄마가 떠나고 나서 동만이에게 외롭다고 토로하기도 하고, 잠꼬대로 외로움을 말하기도 한다. 어린 동만이는 알았다. 엄마에게는 남영이 누나와 소영이 누나가 있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사람은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얼마 전 방송한 EBS 다큐 <가족쇼크> 중 한 편인 식구의 탄생에서는 8주 동안 1인 가구들끼리 모여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함께하는 실험을 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른 건 하지 않고 함께 모여 요리하고 밥을 먹었다. 특별해 보일 것 없는 실험이 끝난 뒤 사람들은 기존에 앓던 우울증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씩 감소되었고, 전반적인 건강수치가 좋아졌다. 같이 모여 꾸준히 밥먹은 결과는 놀라웠다.
또, UCLA에서 진행한 '사회적 관계와 건강의 연관성 연구'에서는 사회적 관계가 사람의 사망률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학력이나 경제수준, 흡연이나 운동량 등 다른 모든 면이 비슷해도 사회적 관계가 활발할수록 사망률이 두 배 정도 낮게 나타났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행복을 느끼고 안정을 얻는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살펴보자. 교실에는 각자 이유로 외로운 아이들이 많다. 이들이 문제아나 비행청소년이 아닌 제2, 제3의 동만이가 되려면 어른들의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만나서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오작교의 동만이는 외로웠지만, 다른 사람들의 관심으로 아버지의 외로움까지 알아챌 정도로 성장한다. 작가의 말처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동만이를 키운셈"이다. 사람은 모두 외롭다. 외로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소설 <똥만이>를 읽으면 어렴풋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연말 외로운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똥만이
박상규 지음, 장경혜 그림,
웃는돌고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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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외로움까지 이해... 연말, 이 책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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