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갈 길 아주 멀어요... 함께 끝까지 해주세요"

세월호부산대책위 '부산416지킴이 연대의 밤'

등록 2014.12.31 19:09수정 2014.12.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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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58일째 되는 지난 29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2층 대강당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결의의 밤'를 가졌다.


단원고 2학년 고 김동혁 엄마와 아빠 등 유가족분들은 22명이 참석하였다. 유가족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부산지역 16곳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촛불을 든 부산시민들이 모였다.

(전)통합진보당, 사하주민촛불, 부경대민주동문회, 중부촛불(남포동), 문화예술인행동, 영도촛불,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해운대주민촛불, 북구화명촛불, 민권연대, 부산청년회, 우리겨레하나되기, 아이쿱, 서면촛불, 젊은벗, 참여연대(이날 행사의 실무) 등이 함께했고, 그리고 가장 많은 인원이 온 것은 학생들이었다.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 당선자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참석하였다.

 부산 각 지역에서 세월호 촛불을 밝히고 있는 부산시민들이다. 7시부터 10시 30분을 넘어서 이날 행사는 끝났다. 참가자 대부분이 끝자리 자리를 지키고 유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였다.
부산 각 지역에서 세월호 촛불을 밝히고 있는 부산시민들이다. 7시부터 10시 30분을 넘어서 이날 행사는 끝났다. 참가자 대부분이 끝자리 자리를 지키고 유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였다.송태원

각 단체의 테이블에 한 분 혹은 두 분의 유가족이 함께하였다. 우리 테이블에는 10반 고 이경주 엄마 유병화씨와 7반 고 이수빈 엄마 박순미씨가 북구화명촛불과 민권연대 사람들과 같이 앉았다.

유가족에게 바치는 노래(<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문화예술인들이 불렀다.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유가족들의 눈가는 붉어졌다. 수빈이 엄마 옆에 앉은 나는 테이블에 함께한 분들에게 "와 유가족 울리노!"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였다. <잊지 않을게>라는 노래를 모두 함께 불렀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 가족들이 어찌 4월 16일과 그날 이후를 잊을 수 있을까?

 북구화명촛불과 민권연대 테이블에 함께 했던 유가족 2분이다. 엽서를 보고 있는 단원고 7반 고 이수빈 엄마인 박순미씨와 10반 고 이경주 엄마 유병화씨이다.
북구화명촛불과 민권연대 테이블에 함께 했던 유가족 2분이다. 엽서를 보고 있는 단원고 7반 고 이수빈 엄마인 박순미씨와 10반 고 이경주 엄마 유병화씨이다.송태원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10명) 선정에 대해 수빈이 엄마는 "여당하고 야당 다, 가족들이 '하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들이, '이 사람은 안 돼 안 돼' 하던 사람들이, 특히 새누리당에서는 다 올라왔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얼마나 진상규명을 해줄지 믿을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슬프지만 즐겁던 테이블 대항 게임

대학생들이 준비한 세월호 시간 퍼즐 맞추기는 상품이 걸린 게임이었다. 테이블별로 퍼즐을 맞추어 나갔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퍼즐의 조각을 맞추었다. 퍼즐을 맞추며 4월 16일 이후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생각하며 슬퍼하면서도 1등을 하기 위해 모두 최선을 다했다. 우리 테이블은 아깝게 2등을 하였다. 상품은 세월호 배지였다.


 세월호 참사 시간 퍼즐 맞추기
세월호 참사 시간 퍼즐 맞추기송태원

 게임에서 1등한 테이블에서 동혁이 엄마가 환호하고 있다.
게임에서 1등한 테이블에서 동혁이 엄마가 환호하고 있다. 송태원

 세월호 참사 시간 퍼즐 맞추기
세월호 참사 시간 퍼즐 맞추기송태원

세월호부산대책위에서 준비한 상품은 상경비 30만 원(마지막 남은 두 팀에 각 15만 원씩)이었다. '세월호 퀴즈'는 정말 열기가 뜨거웠다.첫 문제는 "세월호"라는 출제자의 말이 나오자마자 서면촛불에서 정답을 외쳤다. "4월 16일." 정답이었다.

마지막 문제를 남기고 북구화명촛불과 민권연대 연합팀은 탈락하였다. 우리 테이블을 탈락시킨 문제는 "212년 발생한 이탈리아의 대형 침몰사고 때 객선 콩고르디아호의 선장의 형량은?"이었다.

마지막 남은 두 팀은 참석자들의 "아 주라, 아 주라, 아 주라'(대학생들에게 상경비를 주라는 뜻)"는 외침에 화답하여 학생들에게 상품을 양보하였다. 그렇게 슬프고도 유쾌하고도 행복한 시간은 흘러갔다.

 유가족은 부산시민들에게 부산시민들은 유가족에 짧은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유가족은 부산시민들에게 부산시민들은 유가족에 짧은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송태원

 각자가 적은 편지를 읽어주고 유가족가 참석자들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각자가 적은 편지를 읽어주고 유가족가 참석자들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송태원

 모두 함께 "잊지 않을께"를 부르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진상규명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위해 유가족 22분이 모두 모였다.
모두 함께 "잊지 않을께"를 부르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진상규명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위해 유가족 22분이 모두 모였다.송태원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유가족 22분이 단상에 올랐다. 다음은 유가족들이 이날 행사의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을 말한 일부이다.

"저희 갈 길 아주 멀어요. 잡은 손 놓지 말고 함께 끝까지 해주세요"

"세월호는 끝난 게 아니고요!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합니다. 진상규명을 시작하려고 하는 지금 여려분이 있어서 좀 더 강하게 시작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혁이가 부산이 너무 좋다고 했었는데, 부산에 같이 오기로 했는데 이제 알다시피 같이 못 옵니다. 세월호 진상위원들, 아시죠? 유가족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준 분들인 거!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버팀목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요. 1월 1일부터 진상조사위원회가 발동되면 여러분들도 두 눈 부릅뜨고 그분들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지켜봐주시고요. 우리 가족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으면 지적도 하고 가족대책위 홈페이지에 쓴소리도 적어주시고요. 저희가 잘하면 칭찬도 해주시고 끝까지 관심 가져주세요."

"처음에 그렇게 많은 단체(630여 개)들이 가족들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지금은 그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섭섭하기도 하였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사람들 만나보면 사그라든 게 아니라 더 단단하고 튼튼해진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자리도 그걸 확인하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부산 여자란 걸 실망시키지 않고 끝까지 하겠습니다."

"부마항쟁의 도시인 부산시민들이 저희들과 함께해서 안전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 진짜 민주주의를 만들어갑시다."

"너무 감사하고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오늘은 여러분 뵙게 되니 뭉클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행복했습니다. 너무 많은 힘을 얻고 갑니다."

"버스투어 할 때 처음으로 부산에 오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수빈이가 이어준 저의 첫사랑입니다. 오늘도 웃음과 눈물과 행복과 힘과 열정을 한 몸에 담고 안산에 올라가 아이들에게 꼭 전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건 말뿐인 것 같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여러분의 마음 많이 느끼고 갑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은 마지막까지 떠나는 유가족을 박수로 격려로 응원하였다.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은 마지막까지 떠나는 유가족을 박수로 격려로 응원하였다.송태원

덧붙이는 글 울고 웃고 환호하고 노래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하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안전한 나라, 진짜 민주주의,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수빈이 엄마, 경주 엄마에게 "작은 힘이지만 끝까지 부산 북구화명촛불을 밝힐께요!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세월호부산대책위 #부산416지킴이 연대의 밤 #북구화명촛불 #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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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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