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비열한 거리'... 박근혜 때문에 길에서 잔다

민주주의 비상시국 농성장 동행기... 2014년 마지막 밤에 부쳐

등록 2014.12.31 20:17수정 2014.12.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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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중인 청년들 청년들이 2014. 12. 26~12. 31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비상시국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중인 청년들청년들이 2014. 12. 26~12. 31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비상시국농성을 하고 있다.조석원

2014년의 끝자락 광화문광장의 밤은 추위에 빠져들었다. 광화문광장 '사랑의 열매' 온도계 앞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옹기종기 맨바닥을 점령한 채 앉아 있다. "박근혜 극우독재정권 해산! 지키자! 민주주의"라는 큰 글자의 현수막과 피켓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곤 한다.

12월 31일 농성 6일차. 농성하는 청년들이 준비한 것이라고는 깔개 몇 장을 잘라다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모포와 무릎담요를 덮은 것이 전부다. 매일 밤, 천막도 없이 비닐을 덮고 침낭에 들어가 잠을 청하면 깊은 밤의 추위가 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질 만큼 애잔하다. 아침엔 안경이 얼어 있고, 비닐은 서리가 내려 축축히 젖었다. 치약은 밤새 꽁꽁 얼어 힘겹게 튜브를 쥐어짜야 한다. 어젯밤에 내린 눈이 비닐을 덮어 난감해하기도 했다.

잠잘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꽤나 능숙하다. 구해온 침낭에다 턱하니 몸을 맡기고 쿨쿨 잠도 잘 단다. 비상시국이라는데 말이다! 이들은 빌딩숲 사이로 내비치는 햇볕에 감사하며 작은 것에도 행복을 찾는 소박하고 평범한 청년들이지만 스쳐 지나가며 자칫 잘못 보면 영락없이 '딱' 노숙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응은 생각 외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나 어버이연합 같은 어르신들이 욕을 하고 시비거는 일은 거의 없다.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박수를 쳐주고 고맙다고 인사도 한다. 건널목을 건너며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쳐준다. 우리를 반기며 커피와 빵, 떡을 가져와 먹으라는 아줌마, "진짜 해산할 정권"이라며 잘한다고 어깨를 툭툭 쳐주시는 시민들의 민심이 이 정도일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웃프기(웃기고도 슬프기)'까지 한 비상시국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 나를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따스한 온돌방을 내팽겨치고 밖에서 자는 사람들이다.

얼어 있는 농성장... 사람들의 응원은 따스해

광화문광장 비상시국농성 참가자들이 비닐을 덮고 자고 있다 광화문광장 비상시국농성 참가자들이 비닐만 덮은 채 취침을 준비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비상시국농성 참가자들이 비닐을 덮고 자고 있다광화문광장 비상시국농성 참가자들이 비닐만 덮은 채 취침을 준비하고 있다.조석원

2014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꼬박 2주년이 되는 날,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해산되었다. 그뿐인가? 봄날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작은 진실 하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고, 어렵사리 마련한 특별법 진상조사위조차 부적격한 정권의 하수인들로 채우고 있다. 박근혜 정권 2년 동안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그리고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으로 아무런 국정이 농락되었다는 의혹의 눈보라가 온 세상을 뒤엎었다.


평범한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씨와 통일운동가 황선씨의 북한여행기를 이야기한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종편 등은 온통 왜곡허위보도로 '종북몰이'를 했다. 급기야 극우 사이트에 빠진 청소년이 사제폭탄테러를 자행해 2명이 큰 화상을 입기까지 했다. 여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종북콘서트"라며 친히 종북몰이에 가세했다.

담배 값은 오르고, 노동자들은 차디찬 바닥에 구르며, 높은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고공농성장으로 오르고 또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주의도, 민생도, 평화통일도, 국민의 주권도 내팽겨쳐버린 '비열한 거리'가 2014년의 끝을 장식하고 있는 셈이다.


한겨울을 추운 바닥에서, 굴뚝 꼭대기에서 지내는 이들의 이야기…. 정말 해산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정권이 해산시킨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와 통일을 되찾으려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훼손한 박근혜 정권이 해산해야 한다.

박근혜 때문에 농성장 청년들은 2014년의 끝을, 2015년의 시작을 아마도 차디찬 광화문광장 맨바닥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그래, 박근혜 너 때문에 밖에서 잔다"는 사람들. 2014년 마지막 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밖에서 자는 모든 이들이여! 부디 건강하게 싸우시라!

광화문광장 비상시국농성장  광화문 광장 비사시국농성장
광화문광장 비상시국농성장 광화문 광장 비사시국농성장조석원

#민주주의 #극우독재 #박근혜 #광화문광장 #시국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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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평화와 민권에 관심 많은 청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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