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첫 걷기 행진은 한옥마을로 정했다.
문주현
이날 한옥 마을은 사람들로 붐볐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벽화 마을부터 오목대, 한옥마을 구석구석 관광객으로 가득했고, 이들은 "세월호도 잊지 말고 관광도 즐겁게하세요"라며 지나는 관광객에게 인사처럼 말을 건넸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박상희 목사는 "서로 아끼고 보듬어 오래 갈 수 있는 거룩한 행진이 됐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박상희 목사와 나란히 걷던 황민주(은퇴 교사, 6·15 전북본부 공동대표)씨는 "온 국민을 슬프게 한 참극(세월호 참사)이 일어나고 진실이 단 한가지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힘들어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세월호'를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면서 "새해에는 유가족들이 눈물을 거둘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 함께해야 한다"며 행진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 실망... 진상 규명까지 관심 가질 것"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2월 31일 신년사를 통해 경제 회복과 통일 기반 구축을 2015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해 "적폐를 해소하는 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세월호 참사로 슬픔을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신년사였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이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더욱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이들에게는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희진씨는 지난 여름 휴가를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을 하는 데 다 썼다. 한옥마을에서 하루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여름 휴가 때 광화문 농성장을 가려고 했는데, 보탬이 되고자 전주에서 서명 운동을 받는 일에 함께 했어요. 그래서 이번 새해는 광화문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보냈어요. 마음이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에요."보험회사에 다니며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 상황 실장까지 하고 있는 채주병(47, 서신동)씨의 일상도 세월호로 시작하고 끝난다. 그는 걷기 행진을 위해 웹자보도 만들고 홍보도 열심이다.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세월호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행진도 그래서 하는 것이고, 농성장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