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십상시' 결과 발표하는 검찰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유상범 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청와대 보고서'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결론은 역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의 날조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날조하고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동기는 "박지만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검찰은 추측했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은 조 전 비서관이 감독하고, 박 경정이 각본을 쓴 자작극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윤회 관련 문건을 작성, 박지만 EG그룹 회장에게 건넸다고 결론 내렸다. 이른바 '십상시 모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정씨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하도록 지시한 적도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박동열에게 들은 풍문을 과장, 짜깁기, 덧씌워"[박지만 미행 문건] "박관천 스스로 허위 인정"검찰은 일찌감치 정윤회씨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이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매달 두 차례씩 만나 모임을 했다는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결론내렸다. 정씨와 청와대 직원들이 박근혜 정권 출범 뒤 만난 사실이 없고, 박 경정이 그런 제보를 접하게 된 과정을 쫓아가보니 그 끝에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찌라시', 즉 증권가 정보지가 있더라는 것이다.
'박지만 미행설' 역시 박 경정이 만들어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지만씨는 2013년 말 지인에게서 미행설을 듣고 박 경정에게 확인을 지시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1월 그에게 "정윤회씨 사주를 받은 남양주 카페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한다"고 보고했다.
박 회장은 이 내용을 지인들에게 말했고, 결국 지인에 의해 <시사저널>에 전달돼 3월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설'이 보도됐다. 그 직후 박 경정은 미행설을 정리한 4쪽짜리 문건을 만들어 박지만씨에 전달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남양주 카페 운영자는 정씨와 전혀 알지못하고 미행을 한 적도 없었다. 검찰은 박 경정 스스로 검찰 조사에서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박지만이 (박관천이 작성해 건넨) 미행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하려 할 때 박관천이 이를 적극 만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지만 미행 문건'은 박관천 경정 혼자 주도한 일이긴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함께했다고 봤다. 조 전 비서관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박지만 회장에게 청와대 내부보고서 17건을 전달했다. 이 자료들은 모두 원본 문서였다. 특히 2013년 12월~2014년 1월에는 정윤회 관련 문건을 집중적으로 작성해 건넸다.
검찰은 두 사람이 이같은 행동을 한 동기로 "박지만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서 유출] 숨진 최 경위가 3월과 5월 두차례 기자에게 건네박관천 경정은 지난해 2월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보고서 14건 100여 쪽을 갖고 나와 부임지로 예상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보관했다. 이 곳에 근무하던 한아무개 경위는 박 경정이 짐을 옮기기 전 청와대 보고서뿐 아니라 박 경정이 청와대 근무 전부터 갖고 있던 자료를 무단으로 복사했다.
한 경위는 대기업 직원 등에게 청와대 보고서 관련 내용을 흘리는 한편 숨진 최아무개 경위에게 통째로 넘긴 걸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 경위가 이 보고서를 2014년 3월과 5월에 걸쳐 세계일보 조아무개 기자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그해 4월 청와대 문건 일부를 보도했고, 이 일로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은 박 경정은 청와대에 허위로 유출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청와대 파견 경찰관이 박 경정의 청와대 책상서랍에서 보고서를 빼냈고, 대검찰청 수사관과 경찰 정보관을 거쳐 기자에게 갔으니 유포자를 찾아내 처벌하라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 경정에게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1월 28일 '정윤회 문건' 보도 관련 박관천과 조 기자 간의 문제 메시지를 보면, 조 기자가 보도 직전 박관천과 상의한 정황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결론] 박관천 구속기소, 조응천과 한아무개 경위 불구속기소검찰은 지난 3일 구속 기소한 박관천 경정에 이어 이날 조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한 경위는 정보1분실장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보고서를 빼돌린 혐의(방실 침입·수색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의 행위는 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중대한 일탈행위"라며 "엄정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아무개 경위는 지난 12월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유상범 차장 검사는 5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며 "이 사건 수사 도중 유명을 달리한 최모 경위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십상시'로 지목됐던 청와대 직원들이 고소한 <세계일보>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추가수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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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응천-박관천, 박지만 이용해 입지강화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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