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개인정보가 검찰에..." 보이스피싱 아닙니다

카카오톡 개인정보 검열 피해자 2368명... 그 중 한 사람의 이야기

등록 2015.01.06 08:17수정 2015.01.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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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수사기관이 본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비롯해 대화 상대방 3천여 명의 개인정보를 사찰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27일 공판에서, 실제로 개인정보가 제공된 카카오톡 이용자가 2368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진우씨의 연락으로 비로소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공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12월 23일 헌법소원 제기와 손해배상 청구 등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이요상씨가 심경을 담은 글을 썼습니다. [편집자말]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014년 10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다음카카오' 한남동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사찰하는 검찰과 사법부 및 정보제공에 협조한 카카오톡을 규탄했다.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014년 10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다음카카오' 한남동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사찰하는 검찰과 사법부 및 정보제공에 협조한 카카오톡을 규탄했다.권우성

저는 이 나라에서 도망치는 대신 싸우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6월 누군가의 초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같은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었습니다. 그 이유만으로 제 개인정보가 검찰과 경찰에 제공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는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관련기사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말 못하는 시대")

지난해 10월 1일 정진우씨가 카카오톡을 '털렸다'고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설마' 했습니다. 정진우씨와 긴밀한 대화를 나눴거나 의논을 한 사람들의 정보가 털렸겠거니 생각했죠. 물론 그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저는 60세가 훌쩍 넘어 노년에 접어들면서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정국 때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평범한 '촛불시민'으로 각종 문화제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정진우 부대표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정진우 부대표 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의 정보가 제공되었는데, 제가 속해 있는 단체대화방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솔직히 이런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떠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떠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이 사건은 그럴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나라의 주인인데 저의 인권을 무시하고 부당하게 저의 정보를 털어간 경찰이나 검찰의 사찰이 두려워 떠난다면 누가 이 나라의 기본권을 지키겠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습니다. 10월 13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다음카카오톡 본사를 항의방문하고 규탄 기자회견에도 참여했습니다. 카카오톡 관계자를 만나 나의 어떤 정보가 어떻게 제공되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톡 측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서 6월 10일자 하루치가 제공됐다고만 할 뿐, 세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에 보낸 자료에 있으니 검찰에 가서 확인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0월 16일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정식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대답을 못 듣고 있던 차였습니다. 11월 27일이 돼서야 정진우 부대표 재판에 제출된 수사기록을 통해 처음으로 저와 같은 피해자의 정확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2368명이라고 하더군요.


누가 나를 따라오지 않나... 불안감에 잠 못 이룬 날들

 2014년 10월 1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인권관련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등이 최근 발생한 검찰의 카카오톡 메신저 등 사이버검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4년 10월 1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인권관련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등이 최근 발생한 검찰의 카카오톡 메신저 등 사이버검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제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전달됐다는 걸 알고 난 뒤, 몇 달 동안 저는 마음이 몹시 편치 않고 밤에도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나 거리에서 사복 경찰이 말을 걸어오면 가슴이 떨리고, 귀갓길에도 누가 따라오지 않나 두리번거리게 됐습니다. 누가 늘 나를 감시하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번 카카오톡 사태를 겪으며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과 촛불로 함께해온 우리 시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모든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가 감시당할 수 있음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200만 명 이상이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유례없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있은 망명 중 가장 큰 규모의 망명일 것입니다.

다행히 10월 23일 사이버사찰 긴급행동이 출범했고 민변과 여러 인권단체들이 저 같은 시민을 대신하여 카카오톡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헌법소원 제기를 해준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국민들 다수가 연결돼 있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와 사이버 정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은 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국가적인 정치 사찰과 사이버 검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을 통해 시민들을 사찰하려 한 것입니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묻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사태는 공권력이 저지른 또 다른 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카카오톡과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헌법소원으로 시민의 권리를 확립하려 합니다.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의 정보가 소중하게 보호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끈질기게 싸우겠습니다. 진짜 시민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카카오톡 #카톡사찰 #사이버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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