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014년 10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다음카카오' 한남동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사찰하는 검찰과 사법부 및 정보제공에 협조한 카카오톡을 규탄했다.
권우성
저는 이 나라에서 도망치는 대신 싸우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6월 누군가의 초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같은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었습니다. 그 이유만으로 제 개인정보가 검찰과 경찰에 제공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는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관련기사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말 못하는 시대")
지난해 10월 1일 정진우씨가 카카오톡을 '털렸다'고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설마' 했습니다. 정진우씨와 긴밀한 대화를 나눴거나 의논을 한 사람들의 정보가 털렸겠거니 생각했죠. 물론 그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저는 60세가 훌쩍 넘어 노년에 접어들면서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정국 때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평범한 '촛불시민'으로 각종 문화제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정진우 부대표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정진우 부대표 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의 정보가 제공되었는데, 제가 속해 있는 단체대화방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솔직히 이런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떠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떠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이 사건은 그럴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나라의 주인인데 저의 인권을 무시하고 부당하게 저의 정보를 털어간 경찰이나 검찰의 사찰이 두려워 떠난다면 누가 이 나라의 기본권을 지키겠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습니다. 10월 13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다음카카오톡 본사를 항의방문하고 규탄 기자회견에도 참여했습니다. 카카오톡 관계자를 만나 나의 어떤 정보가 어떻게 제공되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톡 측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서 6월 10일자 하루치가 제공됐다고만 할 뿐, 세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에 보낸 자료에 있으니 검찰에 가서 확인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0월 16일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정식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대답을 못 듣고 있던 차였습니다. 11월 27일이 돼서야 정진우 부대표 재판에 제출된 수사기록을 통해 처음으로 저와 같은 피해자의 정확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2368명이라고 하더군요.
누가 나를 따라오지 않나... 불안감에 잠 못 이룬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