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의 안내문. 6일 자정에도 이런 안내문이 걸려 있다.
최은경
청이 아버지는 새해 다짐으로 끊은 담배를 찾았다. 이날은 청이 아버지의 생일이기도 했다. 미역국 한 대접만 겨우 드신 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지난(해) 6월에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라며 "중진공 측에 항의했더니 특별히 접수해준다고 했다. 비리 여부가 있는 건 아닌지"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의심에 억울함을 더해 다시 전화기를 들고 따졌다. 중진공 관계자는 "불공정한 접수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일이다 보니 서버 제한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자충수가 돼 버렸다.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행정서비스'인 정부3.0을 바탕으로 중진공의 정책자금 지원을 온라인 접수로 전환했다. 그러나 자금 지원이라는 시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마우스 '클릭' 속도에 따라 신청 성패가 갈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다소 느린 청이 아버지나 불과 몇 초 차이로 늦은 청이와 같은 사람들은 신청 첫 날, 접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중진공에서 마련한 정책자금 융자 시책의 접수 기한은 준비한 지원금 3조2600억 원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다. 중진공 경기지역본부 측은 전화상으로 "접수가 마감됐다"고 밝혔으나 중진공 본사 측은 "온라인 자금신청 접수를 일시 중지했다. 6일(화) 오전 9시에 다시 안내할 것"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접속 대란 24시간 뒤인 6일 오전 9시, 중진공 측은 공지를 통해 "애초 접수예정금액과 동일한 규모로 신청받을 예정"임을 밝혔다. 청이가 전화로 토로하고 누리꾼들이 댓글로 성토한 바와 같이 "지역별 3차례로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다.
중진공의 정책자금 융자 지원은 중소기업인들에겐 희망이자 지푸라기 같은 대책이었다. 당국의 작은 실수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대란'으로 묘사할 만큼 논란을 일으킨 이번 접수는 1~2월 신청분인 1차 접수다. 오는 2차 접수(3~4월분) 때는 같은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후속 대처가 시급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북한이 디도스 공격?"... 중진공 정책자금 접수 '대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