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2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의 부모님께 선물을 보냅니다.
김다영
때마침 한국에 다녀온다는 이웃이 있어 그 편으로 태블릿을 부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것은 옷이나 가방 등의 과시용 선물이 아닌 딸과의 '편한 연결'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엄마가 현재 쓰고 있는 것은 동생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으로 배터리 수명이 다 돼 사용할 때만 켜고는 합니다).
태블릿만 보내자니 그동안 못 챙겨 드렸던 두 번의 어버이날과 두 번의 생신이 떠올랐습니다. 화상전화를 할 때마다 세월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실버영양제라도 챙겨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웃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라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소재가 좋은 여름 티셔츠를 한 장씩 샀습니다. 그리고 그 티셔츠로 태블릿을 감쌌습니다. 태블릿만 보낸 줄 알고 계시는 엄마는 택배를 받으면 분명 뭐 하러 옷까지 보냈냐 그러실 것입니다.
태블릿 박스 안에는 파스 몇 장도 함께 넣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게 파스인데 미국 것이 특별히 좋다거나 해서 보낸 것은 아닙니다. 그 파스는 지난 2년간 부모님 건강을 위해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했던 죄송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뭐 하러 이런 것도 보냈냐 그러시겠지요.
부모님이 필요 없다면 정말 필요 없는 줄 알고 "사지 말래"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필요 없으니까 사지 말라는 엄마 목소리가 강경해서 정말 필요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때처럼 똑같이 필요 없다, 힘주어 말하지만 예전 같지 않습니다. 보냈으니까 받으면 연락하시라는 내 목소리가 그때의 엄마처럼 강경합니다.
태블릿이 도착하면 미국에 오기 전 그때처럼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떨어져있는 거리가 무색하도록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해드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엄마와 나 사이를 이어줄 태블릿은 지금 태평양을 건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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