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6월 옥쇄파업 당시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들이 '점거농성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측 직원들에게 항의를 하다 경찰에 둘러싸여 울부짖고 있다.
권우성
그 잔인한 숫자가 오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쌍용자동차에서는 2009년 이후 26명이 뇌출혈로, 심장마비로, 당뇨 합병증으로 차례대로 죽어갔다.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자살이었다.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두려움에 사람을 피하며 고립에 시달리던 이들이 삶을 스스로의 손으로 마감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이들 중에는 해고된 '죽은 자'와 그의 아내가 있었고, 해고되지 않고 공장에서 일하던 '산 자'도 있었다. 2009년 4월 발표된 2646명의 정리해고 안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눴지만 결국 그 모두를 병들게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혹독한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십수 년을 일한 회사에서 납득할 수 없는 해고통지서 한 장만으로 '죽은 자'가 되어버린 것에 좌절했다. 거기에 얼마 전까지 함께 땀흘리며 일하던 동료들을 이용해 자신들을 '이기적인 존재'로 매도하게 만든 회사에 대한 배신에 가슴 아파해야 했다. 그리고 경영부실로 인한 일방적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재취업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까지 감내하고 있다.
해고는 노동자를 병들게 한다. 수없이 많은 의학 논문들이 해고로 인한 생계곤란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 건강을 악화시켜, 심장마비, 우울증, 자살행동의 발생을 증가시키고 이는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싸움은 해고로 인해 직장을 잃었을 때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그 짐을 해고자와 그 가족이 온전히 떠안게 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학적으로 가장 위험한 상황은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다. 자신의 몸에 난 생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는 그 상처가 곪아 감염이 진행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방치되기 십상이다. 작년 초 KT에서 8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되었다. 그런데 너무도 조용하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는 상황에 분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