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펀치>의 한 장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나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대통령의 자리는 공석이다.
SBS
그런 점에서,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자리에서 검찰과 법무부 관련 현안들을 지시하는 장면이 매번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야말로 '왕실장' 혹은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드러난) 행태를 드라마 속에서 재현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리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낙마시킨 소문의 출처가 청와대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과 독대하지 않는 대통령이야말로 박경수 작가가 현실을 반영하는 극치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펀치>가 지시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분신들 헌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박경수 작가는 간헐적이지만 끊임없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한다. 단 한 명으로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펀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어른거린다. 일단, 주인공이자 악역인 이태준과 그 주변부 인물은 이명박의 분신들이라 해도 거리낄 게 없어 보인다.
일단, 물욕과 개인주의, 가족주의의 화신인 이태준의 형 이태섭(이기영 분)은 전 세진자동차의 대표이자 오션캐피탈의 대표였다. 여기선 '분신'이란 말을 잊으면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전 이상득 의원을 직접 연상하는 건 무리지만, 이태준이 '못난' 형 이태섭을 이끌어줬다는 설정은 검찰이 재벌을 수호하는 금권의 시녀 역할을 자임해왔다는 직설적인 비판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태준, 아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가 등장한다. 이태섭과 주종관계로 얽혀 있었던 오션캐피탈 김상민 회장(정동환 분)이 그다. 박경수 작가는 그에게서 '현대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게 하다 못 해 이명박 대통령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까지 덧씌우는 기지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