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열 할머니가 배우자인 노유근 할아버지와 함께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있다.
이돈삼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박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가선 생활에 쫓겨 살아야 했다. 50년 넘게 신발가게를 운영하며 2남 2녀를 키웠다.
그러던 지난 2005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경로당 친구들을 따라 '문불여대학'에 입학했다. 칠순을 앞둔 나이였다. 문불여대학은 전남도교육청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른들을 위해 장성공공도서관에 개설한 문자해득 프로그램이다.
어깨 너머로 익혀서 글자는 알고 있었지만 박 할머니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글을 알게 되면서 편지와 일기 쓰기에도 재미를 붙였다. 서툰 글씨지만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수시로 전했다. 한글을 익히면서 느끼는 마음도 진솔하게 담았다.
'세월아 가지 말고 거기 서 있거라/니가 가면 나도 따라가고 마음이 서글퍼서 내가 울잖니/그러니까 가지를 마라/니가 가서 내 청춘도 가고 젊음도 갔으니 나는 니가 원망스럽다/그러니 제발 가지 않는다고 약속 좀 해다오.'빠르게 스쳐가는 세월에 대한 무상함이 묻어나는 이 글은 할머니가 밤에 운동을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을 옮겨 적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