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조각 제품목각에 볼트와 너트로 병따개를 만들었다.
전병호
미얀마는 아직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다. 숫자상으로 봐도 국민소득은 아직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실제 미얀마 곳곳을 여행해보면 '참 못사는 나라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전해온다. 인구 50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 양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40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함께 간 몇몇 동료는 이런 촌스러움 때문에 불편하고 빨리 떠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미얀마의 이러한 촌스러움이 좋다.
"세련되고 멋스러운 것만 좋은 게 아니여. 투박하지만 된장 맛처럼 구수하고 푹 익은 맛이 있어야 진짜 우리 멋이지."중요무형문화재 임실필봉농악 예능보유자셨던 돌아가신 양순용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말이다. 학창시절 풍물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방학이면 남원까지 내려가 합숙하며 배웠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당시는 잘 몰랐으나 지나고 나니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촌스러운 미얀마 속에 투박하지만 사람 사는 정이 들어 있고 느림과 여유가 들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목수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젊은 시절 배운 기술이 목수질이었다. 그런 아버지는 가끔 작은 손달구지(요즘 아이들 타는 장남감 자동차)를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겨울에는 썰매도 후딱 만들어 주었다. 공부 잘하라며 작은 책상도 뚝딱뚝딱 만들어 주었다.
아직도 고향집 사랑방에 놓여 있는 그때 책상을 바라보면 추억이 새롭다. 지금 보니 참 투박하고 촌스럽다. 하지만 나는 세련된 물건들보다 정이 가고 훨씬 맘이 간다. 미얀마 냥우 시장을 돌며 발견한 나무를 깎아 만든 투박하고 촌스러운 병따개를 보면서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촌스러운 게 다 버려야 할 것은 아니다.
나의 고향은 충청도 청양이다. 하지만 생활권은 부여권이었다. 백제의 고도 부여에는 5일마다 큰 장이 열린다. 규모는 줄었지만 지금도 5일장은 계속 열린다고 한다. 지금도 부여장에 가면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사람 사는 정이 듬뿍 느낄 수 있다.
갑자기 부여장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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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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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홀림에 넘어가 결국...그래도 이 도시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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