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추운 오늘2014년 겨울 눈 내리는 도쿄.
최이삭
88만 원 세대라는 흔한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았다. 하나의 키워드로 세상을 일반화하려는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했고, 나는 이와 무관한 삶을 살 거라고 막연히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의 거의 모든 친구가 비정규직으로 적은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얼마 전 정규직으로 전환된 친구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런 것을 축하해야만 하는 세상이 새삼 원망스러웠다.
우리 세대는 사회로부터 요구받은 다양한 인턴 경험, 유창한 외국어 실력,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갖추느라 대학을 늦게 졸업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력서를 낸 끝에 겨우겨우 인턴 자리를 하나 얻고, 또 인턴으로, 계약직으로 일하며 돈도 경력도 잡히는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청춘의 특권이라는 방황도 허용되지 않는다. 노력만으로 기회를 얻기 힘들어진 세상이 우리를 겁먹게 했고, 늦은 졸업과 긴 인턴 생활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나이와 경험이 너무 많아서' 쉬이 신입사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회는 "대기업 채용에서 스펙 중요하지 않아", "요즘 젊은이들 도전 정신 부족해" 같은 말을 하며, 잘 살아보고 싶었던 우리의 분투를 세태에 휩쓸린 미련한 잘못이라고 무책임하게 탓한다.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정규직으로 안정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고, 세상은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는 걸. 누가 잘못인지, 무엇이 바뀌어야 우리가 조금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냥 힘들다.
종종 울컥한다. 무언가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벌써 서른 살이 됐는데 이 '젊어서의 고생'이 언제쯤 끝날지, '내 꿈이 이뤄지는' 때가 언제인지 '사람이 먼저'가 되는 세상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월급 120만원 인생,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