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는 간단하게이명박 전 대통령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08년 3월 10일 오전 7시30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 앞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 직전 기획재정부의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실패에 강한 미련도 나타냈다. 이 전 대통령은 외평채 발행 실패에 대해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안일하게 대응하다 사태가 더 악화된 것 아닌가"라면서 "지금 나라가 외환위기를 맞게 생겼는데 금리가 문제냐"라고 따졌다.
이에 강 전 장관은 "금융위기가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라면서 "그렇게 높은 금리로 한국이 국채를 발행하면 오히려 국제사회에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나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박병원 당시 경제수석도 "실무자들은 너무 비싼 가격으로 발행했다가 나중에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라고 거들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금융 위기에 직면해 갈팡질팡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CEO 출신인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는 역사적 소명이 있을 것이라며 수없이 마음을 다잡았다"라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급박했던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중국·일본 3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함으로써 우리는 또 한 번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취임 직후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물가 상승을 초래한 '고환율 정책'도 적극 해명했다. 당시 달러당 9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2008년 3월 이후 급상승해 1000원대를 넘어 1100원대에 육박했다.
당시 정부가 개입해 일부러 환율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오히려 "그때는 이미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환율이 저절로 오르고 있었다"라면서도 "다만 환율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환율 방어 정책을 쓰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강만수 장관은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환율이 적정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면서 "물가가 오르면 국민이 힘들지만 그렇더라도 경상수지 적자가 커져 외환위기를 맞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이었다"라고 고환율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편, '저환율 정책'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당시 경상수지 적자가 감소하긴 했지만 2008년 1분기 물가상승률이 4.5%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자 "정부가 수출 대기업에만 좋을 뿐, 서민들을 고물가에 시달리게 하는 고환율정책을 쓴다"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을 이 또한 야당과 진보성향 언론의 '정치적 공격'으로 치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환율을 인상하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외환보유고가 줄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물가 문제라는 한 가지 측면만 놓고 정부를 공격한 것"이라며 "야권의 요구대로 취임 초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저환율정책을 썼더라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외환보유고는 소진된 상태에서 금융위기를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고환율주의자'인 강만수 장관 해임 요구에도 "만일 그때 여론을 수용하여 강 장관을 해임했다면 정치적 비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라면서도 "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다"라고 적극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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