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보춘화, 봄을 알려주는 꽃이 피어나듯 역사의 봄도 피어나길....
김민수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른바 CEO 대통령을 배출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됐고, 생존이라는 단어는 그 어느 단어보다도 강력하게 우리를 붙잡았다. 대한민국은 이른바 거짓말 공화국이 되었고,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됐다. 다들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을 덮어줄 용의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민낯이 드러난 사건, 그것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희망을 갖고 새롭게 출발하려면 지난해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달랐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이전보다도 더한 절망의 그림자들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그래도 봄이니 봄을 노래해야 하지 않겠는가? 개인과 이 나라에 '길한 기운 가득한 봄날이 되라'고 덕담을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난 2014년 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망각병에 빠진 대한민국, 온 국민이 슬퍼하는 시간이 지나자 사고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없었건만, 오히려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기 시작했다. 일베의 폭식 투쟁, 서북청년단, 어버이 연합, 보수 단체들의 망발 등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민망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대낮에 버젓이 거리에서 행해졌다.
그러나 국가는 모두 방조했다. 국민의 관심이 자신들의 부패와 무능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리라. 그리하여 지금껏, 세월호 참사는 그 시점에 멈춰있다.
입춘은 봄이 한창 피어나기 시작하는 4월 16일과 한 계절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해 놓은 일 없이 또 다시 봄을 맞이한다는 것이 한 없이 부끄럽고 슬픈 것이다. 이렇게 봄이 와도 되는 것일까? 오는 봄이니 '입춘대길 건양다경' 봄 인사를 하며 맞아들일 수밖에.
역사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 듯하다. 깊은 겨울에서 헤어나오려면 아직 많은 아픔들을 겪어야만 할 것 같다. 부끄러워해야 할 이들이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자기의 뻘짓을 호도하는 회고록을 내고, 그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일을 봐도 아직 역사의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박근혜 정권이 선거 공약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서민들을 쥐어짜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20%대 콘크리트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있으니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유신 독재 시대로 복귀한 듯한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남에도, 찬양 일변도의 종편 방송이 주야장천 떠들어대는 허황한 말에 끄덕이며 채널 고정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는 한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