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전 PD는 이 날 오른쪽 손목에 'MBC FREEDOM' 문구가 새겨진 '파업 팔찌'를 하고 왔다. 지난 2012년 파업을 마치며 당시 노조가 만든 갈색 낡은 팔찌다. 그는 "가죽 팔찌라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웃으면서도, "제가 MBC에서 퇴직하는 날까지는 차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권성민 전 PD 제공
다음은 그와 만나 나눈 대화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다... '마봉춘'의 사람들은 지금도 견디고 있다" - 본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을 사유로 해고당했다. 그간의 근황은?"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담담하다. 부모님도 따로 제게 별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다. 물론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이없고 황당하긴 했다. 전에도 짬날 때면 캐리커처를 그렸고, 선배들이 보고 싶어서 그렸던 건데 이걸로 해고할 줄은 예상 못했다. 혹시라도 또 '해사행위'라고 할까 싶어서, 문제 될 요소는 최소화해서 그린 거였거든.
다만 저는 어쨌든 제 생활이나 정서적인 것만 잘 감당하면 되는데, 동료들이나 MBC 선배들, 노조가 '무력하다'는 식의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최근엔 '미안하다'고 모르는 사번에게서도 문자가 온다. 그럼 저는 또 '아니다 제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서로 미안해하는 거다.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사실 저는 제일 어렵다."
- '오늘의 유머'에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떤 심정이었나. "MBC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는 것, 당시 비판받은 세월호 기사들이 어떤 구조에 의해서 나오는 것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파업 당시 MBC 구성원들이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는 걸, 또 지금도 치욕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지금 MBC구성원들에게는, 회사야 어떻게 되든 자존심 세워서 싸우는 게 오히려 편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면서, 외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면서도 참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다만 모두 그러고 있으면 밖에서는 무력하다고만 보지 않겠나. 처자식이 있고 커리어가 있는 선배들보다는, 잃을 것 적은 제가 낫다고 생각했다."
- 당시 MBC를 '엠XX'이라 표현했는데, 현재의 MBC에 대한 평가는. "MBC를 놓고 돌아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이젠 화도 안 난다. 그냥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혹여 제 무효소송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현 경영진의 임기가 끝난 이후가 될 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일들을 현재 경영진이 하고 있다고 본다.
세월호 보도 때 문제가 많이 됐지만, 팽목항과 안산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고생하며 취재한 기자들도 분명 있었다. 예능국 선배들도 스스로를 자조하면서도, 작금의 상황에 답답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방송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 저는 아직도 MBC 구성원의 대다수가 '마봉춘'이라고 본다. 다만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쥐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