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10일 오전 '이완구 후보자 녹취록 공개파문 한국일보사 입장'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보도 누락 경위와 이유 등을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사과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등 언론인·시사평론가와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화면캡쳐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한국일보>가 다른 언론사와 달리 가장 먼저 '고백'을 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배씨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시사팟캐스트 블로그 '시사통'을 통해 "다른 언론사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에 비하면 스스로 경위를 공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한국일보>는 9일 사설에서 이 후보자 발언에 대해 '해괴'하고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했다"라면서 "어떻게 하루 만에 (이 후보자의 발언을) '즉흥적 발언'으로 그 의미를 축소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한국일보>는 보도 보류 결정이 해당 기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과정인지를 추가로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면서 "해당 기자의 녹음 파일 제공행위는 <한국일보>의 규정대로 '별다른 고민 없이' 행한 일일 수도 있고, '진실 전달을 위한 갈망' 차원에서 한 일일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한국일보>에서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자, 기자가 어쩔 수 없이 야당 의원실에 녹취 파일을 넘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경영 <뉴스타파> 팀장은 <한국일보> 입장이 발표되기 전인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녹취록 보도의 정당성을 짚기도 했다.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와 '기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는 사석이 아니"라며 "(여기서) 기자는 공적인 사안을 듣고 싶은 것이고 공인은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언론을 접한다"라고 썼다.
이어 "이씨는 사적인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언론관,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인 언론의 자율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을 털어놨으니 당연히 기삿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임 참석 당사자가 상대의 동의 없이 녹취를 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라며 "사적 의리를 강조해 취재만 하고 보도는 안 하는 게 한국 언론의 고질적 병폐였다"라고 비판했다.
트위터에서는 언론인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welovehani)는 "녹음까지 해놓고 이게 보도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한국일보 편집국이 더 큰 문제"라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leesanghoC)도 "사내에서 보도 못한 걸 먼저 사과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마찬가지다. 한 트위터 이용자(@jnj****)는 "보도윤리? 국민의 알 권리는 중요치 않은가? 미리부터 권력에 사죄나 하는 <한국일보>는 참으로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열리게 된다. 이 후보자는 10일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본의 아니게 언론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깊이 사죄의 말을 올린다"라며 사과했다.
다음은 <한국일보>가 10일자 조간 지면에 실은 공식입장 전문이다.
<이완구 후보자 녹취록 공개파문 한국일보사 입장>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관련 발언을 담은 녹취록 공개파문과 관련해 경위와 본보의 입장을 밝힙니다.이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본보 기자를 포함, 일간지 기자 4명과 점심식사를 나누던 중 일부 언론사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지난 6일 KBS를 통해 공개됐고 야당에선 이 후보자의 언론 통제 및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점심 식사 당시 본보 기자를 포함해 일부 기자들은 이 후보자의 발언을 녹음했습니다. 본보는 이 후보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사화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당시 그가 차남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습니다.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은 의혹을 제기 하는 야당의원들을 집중 취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정보나 소문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본보 기자는 국회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를 만나 취재하던 중 이 후보자의 해당 발언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관에 대한 추궁을 준비하고 있던 김 의원실측에선 녹음 파일을 요구했으며, 본보 기자는 취재 윤리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파일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김 의원실측은 이 파일을 KBS에 전달했고, 이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파장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경위가 무엇이든, 취재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게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습니다. 다만 애초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것 역시 이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흠집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혀두고자 합니다.본보는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본보 구성원 모두 깊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중도가치를 지향하는 정론지로서의 본분을 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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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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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부끄러운 고백' 역풍... "말도 안되는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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