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말,낙타,염소 등 다섯가지 가축(오축)의 뼈로 만든 아이들의 놀잇감. 점을 치기도 한다.
김혜원
몽골에 한국 바람이 분 것은 이미 20년 전. 양국 수교와 함께 산업 연수생 제도를 운영하면서 부터 였다. 지금보다 더 현금이 귀했던 당시에 한국에 가서 외화를 벌어온 이웃들의 이야기는 코리안 드림의 불씨가 되었다.
"엄마 친구가 한국에 다녀왔는데 돈을 많이 벌어왔어요. 좋은 한국 물건도 많이 가져왔구요. 그때부터 너도 나도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려고 했어요. 산업연수생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일단 관광 비자로 한국에 들어갔다가 불법노동자로 주저앉았지요. 지금도 울란바토르 한국대사관 앞은 비자를 받으려는 몽골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어요. 몽골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을 '소롱고스'라고 불렀거든요. 소롱고스는 무지개가 뜨는 곳이라는 뜻이에요. 그 옛날부터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아름다운 나라,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우린토야씨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드라마나 여행 프로 등 방송을 통해 만나는 한국의 모습은 어린 소녀의 마음을 충분히 설레게 했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도 보고 <올인>도 봤어요. 방송에서 본 한국은 정말 굉장히 잘살고 친절하고 멋지고 화려한 나라였어요. 사람들도 모두 잘 생기고 예쁘구요. 우리 학교에 다니는 몽골 학생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자기들도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한국이 잘 사는 사람만 있고 예쁜 여자 멋진 남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와보니 아니더라구요.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잖아요."우린토야와 남편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좀 더 발전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기회였다.
"몽고 국립대학은 시설이 많이 부족해요. 연구나 실험을 하려면 시약도 필요하고 책도 사야하고 기계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한국은 너무 좋아요. 학교에 연구자료, 실험도구, 시약, 책, 기계 필요한 것이 다 있어요. 없는 것은 필요하다고 하면 학교에서 구입해주세요. 저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치료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아이 키우면서 공부하기 힘들었지만 스스로도 자랑스러워요."논문을 쓰며 파트타임 교사로 일했던 우린토야씨는 지난해부터 몽골외국인 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친다. 둘째를 출산한 후 육아를 하다 보니 연구원 생활에 무리가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는 교사를 택했다.
"한국은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에요. 지금 한 살인 아들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고 세 살때 데려온 딸도 한국 어린이 집 아니었으면 이렇게 잘 키우지 못했을 거예요. 원장선생님이 친정 엄마처럼 챙겨주셨어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나 도와 주셨구요. 우리 딸한테도 친할머니처럼 잘 해주셨어요. 우리 딸 어린이집에서 한국말, 한글 다 배우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그랬어요. 지금은 우리 딸이 저보다 한국말 더 잘해요.""외국인 노동자 아이들이라고 차별 안 했으면... 우리는 모두 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