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대출 0원 시절
최이삭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32살 C입니다. 유치원 교사이고 3년제 전문대 유아교육과를 2007년에 졸업했습니다. 제가 받은 학자금 대출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거였는데, 졸업한 지 꽤 돼서 정확히 어떤 명칭의 학자금 대출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다만 나라에서 빌려주었으니 이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자가 매달 2~3만 원 사이였습니다. 등록금은 250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6학기 중 1번은 부모님이 내주셨고 1번은 입학 전에 모아놓은 돈으로 내서 대략 천만 원 정도 학자금 대출을 받았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았나?"3학년 마지막 학기에 미리 취직을 했습니다. 그때는 자격증이 없어서 정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80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졸업 후 정교사 자격증이 나오고 다음 해 3월부터는 호봉대로 120만 원을 받았고, 나라에서 수당 11만 원이 더 나왔어요. 130만 원이 정도였네요. 사회인이 된 후 첫 번째 목표가 학자금을 빨리 갚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덜 쓰고 열심히 모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30만 원에서 이전까지 부모님이 내주시던 보험료를 제가 내기 시작했고, 차비, 핸드폰 요금, 집 생활비를 약간 보탰고, 용돈을 제외한 모든 돈을 모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았지만, 일단 돈을 모아서 100만 원이 되면 은행에 가서 상환했습니다. 조금씩 갚으면 이자가 그만큼 조금씩 낮아졌거든요. 대략 3년 정도에 걸쳐서 갚았습니다."
- 월급이 많지 않았는데 상환하는 거 힘들지 않았나? "제가 술도 커피도 못 마시고 쇼핑에 관심이 많다거나 하지 않아서 상환하는 데 아주 힘든 건 없었어요. 그냥 일이 힘들었죠. 꼬박꼬박 이자 내고 돈 모으면 갚으니 은행에서 독촉하는 것도 없었고, 사정이 이러하니 누군가가 돈을 빌려달라 하지도 않았고요."
- 학자금 대출 상환하는 동안 구체적으로 어떻게 월급을 분배해서 썼나?"용돈은 20만 원으로 딱 정했어요. 20대 아가씨라서 꾸미는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그만큼 지출도 조금씩 늘었지만, 많은 돈을 쓴 건 아니었어요. 저금은 취직하고 정교사 자격증이 나와 130만 원을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30만 원씩 했어요."
-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딱히 노하우라고 할 만 한 건 없어요. 그냥 본인의 마음가짐과 어느 것에 좀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저는 학자금을 빨리 갚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으니 그 나이쯤에 하고 싶었던 걸 포기했어요. 방학 때 여행을 간다든가 좀 비싸지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산다든가,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많이는 가지 않았죠.
그렇다고 너무 혼자만 있었던 건 아닌데 좀 많이 아껴 썼죠. 성격일 수도 있는데 제가 좀 돈을 열심히 모으는 타입이거든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긴 한데, 나이 들면서 씀씀이가 조금은 바뀌었어요. 사고 싶은 건 어느 정도 사게 되더라고요.
아쉬운 게 있다면 20대 때 조금 더 즐기지 못한 거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20대가 정말 황금 같은 시기인 것 같아요. 일은 계속 할 거니까 학자금에 목매지 않고 조금 더 놀고 즐겨볼 걸 하는 후회를 가끔 해요."
- 상환 끝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난 자유구나. 드디어 해방이다. 혼자 기뻐했습니다. 상환이 끝나니 뭔가 노예에서 벗어난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그 뒤부터는 딱히 정한 것 없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결혼자금 명목으로 모았는데, 언젠간 결혼 할 테니 모아볼까? 정도였죠. 학자금을 갚고 나니 돈이 모이더라고요.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보며 얼마나 흐뭇하던지.
제가 좀 재미없는 인간인지라, 얼마를 모아서 배낭여행을 가겠다, 드럼 세트를 사겠다 하는 목표가 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통장 잔액이 재미있었어요. 내가 어디까지 모을 수 있나 살짝 기대되는 정도?
그렇게 모은 돈을 결혼하면서 전부 썼어요. 10년 만기 적금 한 개 남았네요. 지금 목표는 결혼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내 집 마련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내 집 마련은 정말 힘들죠. 하지만 언젠간 내 집을 장만할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열심히 아껴 쓰며 살고 있습니다."
-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조언해 달라."하루하루가 살기 힘들죠? 하루가 정말 길고 고민과 걱정이 많을 거예요. 저는 과 특성상 바로 취직을 했기 때문에 취직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많은 말을 해 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요. 저는 처음 80만 원 받고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은 130만 원을 받았어요.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받을 정도의 금액이지요. 저는 하루 12시간을 일했어요.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서 100만 개의 별이 보이는 시간에 퇴근했어요. 그런데도 80만 원 받았고, 그 돈으로 학자금을 갚았고요.
학자금 대출 천만 원이 별거 아닌 것 같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거대한 금액이었어요. 그리고 그 거대한 금액이 어느새 없어졌네요. 내 집에 돈이 많지 않다면 누구나 대출로 시작하는 젊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식상하지만 그저 성실히 일해서 열심히 갚는다면 언젠간 없어지게 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좋은 직장에서 많은 월급을 받으며 부담 없이 척척 학자금 대출을 갚는 게 분명 좋겠지만, 작게 시작해서 작게 갚을 수도 있으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분명 갚을 수 있어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을 테니 그렇게 계속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