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도시 Goslar. 20008년독일의 도시 Goslar
배수경
흰색 칠 여기저기가 볏겨진 창문 틀, 70년대에나 유행했을 것 같은 구식의 인형, 조금은 촌스러운 문양의 하얀 창문 가리개 천 조각 등이 한장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저 사진들 역시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새로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유럽의 그 으리으리한 왕궁들, 조각들, 그림들, 근사한 풍경과 사람들, 색색깔의 가게와 멋진 장식품들을 기억해본다면, 그곳까지 가서 소중한 메모리 공간을 저런 풍경들로 가득 채워온다는 것은 꽤나 어리석은 일일지도 혹은 한참이나 감각이 뒤떨어지는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런 풍경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내게는 그 어느 사진들보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곤 한다. 마치 어느 조촐한 집에 초대되어 따뜻한 차 한잔을 함께 하는 것 같다. 가진 것은 없어도 집안 구석 구석 주인장의 마음이 닿아있는 집. 비싼 케이크가 아니어도 손수 구운 비뚤거리는 모양의 쿠키 한 조각을 내놓아주는 집. 눈이 따뜻한 어느 어른을 만나고 작은 손을 내밀어 인사를 해줄 것 같은 어린아이의 존재를 슬쩍 기대하게 되는 집. 하늘의 해가 산을 넘어가는 시간에, 그 향과 색이 내부를 가득 채우는 공간에서 함께 웃고 우는 동안, 말로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가슴 어딘가에 슬쩍 들어와, 살고도 싶고 살아 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