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7일 완도군 완도읍의 한 버스승강장 앞에서 김신혜 아버지가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의 모습. 신발이 벗겨진 채였다.
<피디수첩> 화면 캡처
이번엔 이 사진을 보자. 아버지의 신발이 벗겨진 채 시신 옆에 놓여 있다. 또 사진 앞쪽에는 깨진 자동차 전조등 조각이 놓여 있다. 애초 경찰은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김신혜가 일부러 이를 뿌린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모든 상황은 '김신혜가 아버지 시신을 조수석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경찰 주장과 배치된다.
이처럼 경찰은 시신이 유기된 모습대로 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현장검증은 사건의 앞뒤 맥락에도 맞지 않는다. 경찰은 "김신혜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면서 왜 이런 현장검증을 했을까?
현장검증은 피의자가 한 진술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몸으로 하는 진술'이다. 현장검증은 형사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고 동시에 새로운 증거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완도경찰서는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 새로운 증거는커녕, 자신들이 주장한 범행도구인 수면제, 술병, 술잔도 못 찾았다. 깨진 자동차 전조등의 출처도 확인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는 게 공소사실인데, 깨진 자동차 전조등은 압수되지 않고 증거물로도 제출되지 않았다. 영장 없이 위법하게 김신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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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찰은 공소사실상 범행장소인 아버지 집에 대한 현장보존이나 감식을 전혀 안 했다. 김신혜는 아버지 집에 가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 만약 경찰이 아버지 집에서 김신혜의 지문, 족적, 모발 등을 찾았다면 김신혜의 무죄 주장을 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수면제 가루 하나도 못 찾은 경찰결국 경찰은 어디에서도 미세한 수면제 가루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김신혜가 끌고 와 시신 유기에 이용했다는 렌트카를 압수해 감식을 의뢰했다. 여기에서도 범죄사실을 입증할 지문 등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물증 하나 없이 현장검증을 강압적으로 진행했고, 김신혜를 존속살해범으로 단정했다. 김신혜의 남동생 김종현(가명·당시 19세)씨는 여전히 그때를 기억한다.
"누나는 현장검증을 다 거부했어요. 울면서 꼼짝도 안 했어요. 경찰들이 그런 누나에게 쌍욕을 하고, 누나를 들어서 옮긴 뒤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고 그랬죠."김신혜는 정말 아버지를 수면제로 살해했다고 자백했을까? 사체에서 발견된 약물성분을 근거로 누군가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간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