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풍경
이정민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법정 스님)
불기(부처열반 후) 2559년 2월의 끝자락인 지난 26일
인천불교총연합회 회장 취임식 법회가 R호텔 대연회장에서 봉행됐다. 겨울이 지났다 싶었지만 이내 봄추위가 더욱 매섭게 몰아치는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행사장 안은 더욱 따뜻했다. 아니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일부 불자들은 연신 부채질까지 더했다.
행사장을 잠깐 둘러봤다. 3층 복도에는 봉사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차를 끓이고 염주를 나눠주고 행사 안내를 도왔다. 그 인원만 10명이 넘었다. 연회장안은 10명 남짓의 라운드테이블 수십여 개로 빽빽했다.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민망할 정도로 의자와 좌석의 위엄이 느껴졌다.
테이블 주변엔 미처 앉지 못한 취재진, 불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곁에선 초밥, 생선구이, 불고기, 중국요리 등 각종 뷔페음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호텔 직원들은 연신 행사 도우미를 자청하며 분주히 움직이며 땀을 흘렸다.
행사가 시작되자 마이크의 강한 에코 울림이 실내를 장악했다. 각종 법회 의식이 펼쳐지자 귀빈석의 정치인들이 합장 기도를 올리며 연신 절을 올린다. 이어진 스님과 정치인 등의 연설은 길고도 멀었다. 2시간 가까운 행사가 끝나자 스님을 필두로 정치인, 불자들이 줄지어 음식을 가져다 공양했다. 저녁 공양이다.
불교계 주요 행사, 왜 호텔에서 해야 하나여기까지 기자가 본 취임식 풍경이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더도 말고 딱 한 가지다. 왜 불교계의 주요 행사 무대가 호텔이어야 하느냐는 것. 멀쩡한 사찰 놔두고 왜 자꾸 고기반찬이 올라오는 뷔페를 선택하는 건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기자가 수 년 동안 본 큰 행사는 항상 호텔 연회장이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인천의 한 스님은 전한다. 이게 다 불교의 근본 철학과는 동떨어진 속세의 잘못된 인식의 폐해 때문이라고. 호텔보다 더 웅장하고 고요하고 위엄스런 사찰을 스스로 내던지고 있다는 말이다. 검소함과 소박함의 불교 정신을 회복하라는 노스님의 가르침이다.
이번 행사를 치르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불교가 가르치는 무소유의 가치는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물론 큰 사찰이 아닌 이상 장소의 협소함이나 불편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불교 행사는 사찰에서 간소하게 부처님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진행해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불교와 불자가 지향해야 할 사상의 실천이다. 자비와 나눔의 보살행이다.
그리고 지원된 돈을 아끼고 적립해 어려운 사람과 이웃들에게 기꺼이 보시로 동행해야 한다. 이제 사찰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아니 사찰 정신으로 회복해야 한다.
방하착 그리고 색즉시공의 정신으로...지난 2013년 한 언론사에 기재된 대한불교조계종 종단쇄신위원회의 '수행자 규범' 초안 내용을 보자.
"스님은 크고 화려한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살아선 안 된다. 사찰은 개인화해서도 안 된다. 고급차, 대형차도 안 된다. 값비싼 고급 음식점이나 호텔 출입도 삼간다. 육식, 주식·펀드·투자, 호화 스포츠도 삼가야 한다. 특히 정치적 지지나 동원 행위는 엄격히 금지한다."하지만 이후에도 끊임없는 중앙 권승들의 타락과 부패가 부처님을 욕보였다. 하다못해 이젠 조계종 집행부 스님까지도 연루된 폭력사태와 종단 부패, 정치권력에 불자들은 혀를 내둘러야 했다.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한다.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은 1천억 원대가 넘는 길상사를 시주받고도 그곳의 주지가 되지 않았다. 기거할 숙소 한 칸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리고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의 인세도 모두 기부하고 스님은 그저 한 줌의 재가 되어 부처님 곁으로 회향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며 권승들에게 깨우침의 소리를 주었건만 권승들의 욕심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 '버리고 떠나기' 보다는 '가지고 지키기'만을 고집한다. '텅 빈 충만'이 아니고 '꽉 찬 공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권승과 정치승들은 그 업을 내려놓아야 한다. '방하착'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스님들이 밤낮으로 염불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정신을 아로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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