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밥 짓는 급식종사자, 도시락 싸오는 이유는?

급량비 지원 못받고 급식비 면제 대상 제외... "차별 시정하라"

등록 2015.03.04 11:40수정 2015.03.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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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소에서 밥을 짓는 영양사·조리사·조리원들은 자신들이 지은 밥은 먹지 못하고 도시락을 싸와 먹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경남지역 상당수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들은 도시락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도 지난 2월까지는 급식소에서 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경남지역 상당수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급식비 면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도시락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경남지역 상당수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급식비 면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도시락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윤성효

올해 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으로부터 무상급식 식품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 경남도교육청은 무상급식 투명화를 내세웠다. 급식비 면제 대상을 엄격하게 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청은 '급식 기본 방향 내부 연수자료'를 통해 "단위 학교의 교직원 급식비 면제 처리는 원칙적으로 불가하고, 단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급식종사자)에 대해서는 학교 여건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학교운영위원회가 급식인력에게도 급식비를 내도록 결정했다. 교직원의 급식비는 대개 월 5만 원 안팎(1끼 기준)으로, 급식종사자들도 급식소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면 이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영양교사를 포함한 정규직 교직원들은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월 13만 원 안팎)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교무보조원·과학실험원 등 학교비정규직들은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급식종사자들은 도시락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며, 일부는 김밥을 싸오기도 한다. 그런데 영양교사들이 식중독을 우려해 도시락을 싸오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교비정규직은 "정규직인 영양교사가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이 급식소에 있을 경우 식중독이 우려된다며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도록 한다"며 "이는 급식비를 내라는 압력이기도 하다, 학교비정규직들은 밥 먹는 것에도 차별이다"며 하소연했다.

 경남지역 상당수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급식비 면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도시락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경남지역 상당수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급식비 면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도시락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윤성효

급식종사자들이 교육청으로부터 급량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급식비를 내야 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지난 2월 27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자기가 모는 버스에 탑승료 내는 버스기사 없고, 복사용지값 사비 털어가며 일하는 회사원이 없다"며 "우리도 우리가 지은 밥을 우리 돈 내고 먹을 수 없다, 동네 조그만 분식집에서도 알바생은 밥은 먹는다, 군인이 입대할 때 총을 사가야 한다는 농담을 교육청은 믿느냐"고 따졌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는 "우리도 밥값 내면서 우아하게 남이 해주는 밥 먹고 싶다, 정규직처럼 학교비정규직에게도 차별없이 급량비를 달라, 재료 걱정하면서 재료 만지는 일손 걱정은 해 보았느냐"며 "정작 급식현장의 일손들에게는 밥값조차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야박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에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담당자는 "급식비 면제 대상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서 결정하도록 한 것이고, 면제 대상과 근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급식종사자에 대한 급량비 지원은 재정이 마련되어야 하고, 조만간 실태조사를 벌여 보완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급식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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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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