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하던 중 오전 7시 35분께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에 큰 부상을 입었다.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씨는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사진가 김성헌씨가 <오마이뉴스>에 사진을 제공했다.
사진가 김성헌
경찰 조사 결과가 본격화 되기도 전에 정부여당과 보수단체 일부가 김씨의 배후세력을 언급하는 등 '종북몰이'가 본격화되자 온·오프라인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야당에서는 이번 사건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공격했다는 과도한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며 "테러 자체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테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사회 분열을 야기하는 것도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아직까진 개인 돌출 행동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과도한 의미 부여는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남겼다.
'개인의 우발적 돌출행동'에 대해 '배후세력' 등을 언급하며 공안정국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너무 이 사건, 과장하고 포장하고, 색칠하지 말자"고 썼다. 그는 "힘들고 외롭게 살아 온, 자존감 낮은 한 남자가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채울 수 없었다"라며 "사람들의 관심사인 반일, 통일, 반미 같은 이슈를 쫓아다니며 과격한 주장과 행동을 통해 주목받고 존재의의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행적이 발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혼란과 충격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김기종씨가 진상규명을 요구한 '우리마당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그가 당한 과거 자신이 입은 테러의 진실을 얻어서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었다면, 그도 이런 방법으로 미 대사를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마당 피습 사건'은 1988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 '우리마당' 사무실에 괴한 4명이 출입문 자물쇠를 뜯고 침입하여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던 대학생 1명을 각목으로 때려 실신시키고,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군 정보기관이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피습사건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사건의 전말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김동춘 교수는 "테러라는 방법은 배격되어야 하지만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권력자의 정치 공작, 공안기관의 은밀한 국내정치 개입이 중단되는 날, 그것을 사후에라도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모든 테러범을 비판할 수 있고 폭력이 아니라 의사소통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서해성씨도 자신의 트위터(@jiksseol)에서 "그의 언어는 무디었다. 그의 감정도 무디었다. 그의 칼끝은 자신의 일그러진 맹종에서 뻗어나왔다"면서 "맹종은 언제나 의로움이라는 착각을 당의로 덧씌우기에 위험하다. 맹종과 망상은 자신을 왜곡되게 신념화해서 스스로를 식민지로 삼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Worldless)는 보수단체의 사죄 퍼포먼스나 치료비 성금 모금 움직임에 대해 "미국 대사에 대해 '전근대적' 테러를 자행한 조국의 '미개함'을 부끄럽게 여기고 대신 사죄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체성 정치와 우파정치는 행복하게 조우한다"며 "극적인 연결고리는 바로 선진국에 대한 갈망"이라고 꼬집었다.
이택광 교수는 또 "살다살다 타국 대사를 윗사람이라고 부르는 '현대적 개인'은 처음 봤다"면서 "개량한복 테러리스트도 못 봐주겠지만, 명예백인들 사죄행렬도 꼴불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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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 대사가 윗사람?"... '치료비 성금' 모으는 보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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