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책 고르러 왔어요~눈으로만 구겨했던 화려한 색의 책들을 이제 직접 만지니 얼마나 좋을까?
연응찬
그런데 문득,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기준으로 보는 이서가 아닌 정작 이서 본인의 마음은 어떨까?' 이서의 눈높이에서 생각했을 때, 이서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은 어떤 것일까? 8개월 아이도 나름의 고민과 생각이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이서는 갓난아기 때부터 호기심이 참 많았다. 엄마가 주는 맘마보다 주변 소리나 사물을 관찰하기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평균 월령 때 아이들보다 몸무게가 조금씩 적게 나갔고, 아내는 늘 그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욕구가 많은데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니 안겨서 주변 보는 것을 즐기고는 했다. 그런 이서가 이제는 스스로의 몸을 가누고 의지대로 움직인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세상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엄청 행복하고 즐겁지 않을까?
지금 이서는 성취감으로 가득 차 있을 게 분명하다. 통제하지 못했던 세상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어른인 내 입장에서 이서를 보면 '아 이제 기는구나, 조금 있으면 걷겠구나'와 같이 부모로서의 기쁜 마음 정도가 전부이다. 하지만 이서는 훨씬 더 즐거운 나날일 것이다.
이서의 지금 마음은 어른 입장에서 보면 어떤 기분일까? 나로 치면 말단 사원에서 사장이 되어 회사를 쥐락펴락 하는 느낌과 조금 비슷할까? 힘없는 위치에서 회사나 사회를 통제하는 힘을 갖게 되는 상태라면 지금 이서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어른인 나도 무언가에 대한 성취욕과 탐구욕을 채워주는 일이 생기면 무척 흥분한다. 우리 이서의 마음도 이런 마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