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지금도 SKY 가야 한다고 해요."
엄마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만을 강조했다는 중학교 3학년 중퇴 아이가 했던 말이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엄마는 옆에 앉아 일일이 문제지마다 체크했다. 잠도 못 자게 하고 틀린 것은 몇 번이고 다시 풀게 했다. 그럴 때마다 SKY를 가지 못할까 두려웠다.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따라 갔는데 중학교 공부는 어려워서 자신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아예 공부를 놓았다.
"명품은 어려서부터 입어야 귀하게 된다 해놓고 안 사주니까 그렇죠."명품을 사기 위해 절도했던 아이가 한 말이다. 티셔츠, 양말 하나라도 유명 메이커로만 입고 자랐다고 했다. 아이의 옷이 작아지면 가져가려는 이웃들이 많았다.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자랐는데 이후 어려워진 부모의 상황을 아이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 말을 들어주는 척하다가 절 숨 막히게 하죠."자식 의견이 다르면 항상 논리적 근거를 내세워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려 드는 엄마와 갈등이 심했던 아이가 한 말이다. 남의 어려움은 모른 체 하고 본인의 모든 행동에는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하는 엄마 삶 방식 또한 힘들었다고 했다.
부모와 멀어지는 사춘기 아이들, 어떻게 대화할까아무리 문제가 많은 부모라 해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세상의 전부다. 그랬던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 가면서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모순을 발견하게 되고 혼란스러워 한다. 갑자기 변하는 신체와 호르몬의 불균형 등으로 날카롭게 촉이 선 아이들의 눈에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겉과 속이 다른 부모의 모습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게 된다.
그러한 혼란을 위로해 주는 것이 또래다. 결국 부모에게서 떠나 또래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더 의존하게 된다. 부모는 통제되지 않는 자식의 행동을 또래의 잘못으로 단정하게 되고 서로의 간극은 더 멀어져 일부는 비행청소년이 된다.
비행이라 부르는 문제 행동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를 시작하면 다른 것들도 하게 된다. 어느 것을 먼저 시작했든 서로 연결되어 복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부모가 먼저 스스로를 뒤돌아 봐야 한다.
부모 세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바른 것과 바르지 못한 것이 대체로 구분이 되는 시대를 살아왔다. 지금 청소년들은 그러한 구분이 모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부모의 행동도 쉽게 바뀌지 않았듯 청소년들의 변화도 쉽지 않음을 인정했으면 한다.
부모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는 아이들은 '부모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다. 설령 사과를 받는다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래 놓고 얼마 못 가서 또 그럴 건데요?"비행청소년들이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자식을 바꾸려다 실패했다 느낀다면 이젠 부모가 바뀌어야 할 차례이다.
자식 잘 되라고 하는 말들이 상처를 주는 비난의 말은 아닌지, 서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대화가 아니라 부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설득하려 드는 것은 아닌지, 세 번 시도하고 한 번 실패해서 '도돌이표'가 되더라도 끝까지 자식에게 진심을 전하는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혼란스러움도 중요하다 여겨주고 미안함을 진실로 전하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부모가 바뀌고 아이들이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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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명품 안 사줘서"... 절도범이 된 아이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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