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깨말구구리길, 길가에 서 있는 작은 돌탑 하나. 그 모양이 부처를 닮았다.
성낙선
겨우내 수면을 하얗게 뒤덮었던 얼음이 요 며칠 못 보던 사이, 그야말로 눈 녹듯 사라지고 없다. 물 흐르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춘천에서는 아직 꽃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천변이나 들판에 파란 풀잎이 돋아나고, 그 위로 다시 꽃이 피기까지는 좀 더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낭만적인 도시로 알려진 춘천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곳이다. 춘천을 순 우리말로 풀어쓰면, '봄내'가 된다. '봄'이라는 단어에 '시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렇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춘천에서는 봄이 오는 소식을 흐르는 시냇물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녹기 시작하고, 천변으로 파란 풀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춘천에는 북한강을 비롯해서, '공지천' 같이 크고 작은 시내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 시내들이 도시 곳곳을 적시며 흐른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춘천을 대표하는 것 중에 하나로 '시내'를 꼽는 것도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는 시내'를, 지역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받아들인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중에 하나였을 거라는 생각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정겨운 말, 물깨말구구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