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부산 서면로 일대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관할 부산진구청은 지난 14일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사흘간의 청소 파업을 진행했다.
정민규
"부산의 중심거리가 이렇게 더러워서야 되겠습니까"이런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17일 오전 부산의 번화가 중 한 곳인 부산진구 서면로 거리는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구청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거리를 청소하지 않았다. 3일간 이뤄진 구청의 '청소파업'은 부산의 중심거리를 자부하던 서면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곳은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지역으로 부끄러운 우리 동 망신 지역입니다."이런 팻말 앞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술병이 굴러다녔고 중간중간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져 있었다. 악취가 심했다. 코를 막고 지나가는 시민들 사이로 비둘기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쪼아 먹었다. 거리의 유일한 청소부는 비둘기였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빗자루를 들었다. 서면로 노상 주차장의 주차관리원인 오아무개(69)씨는 "하다 못해 내가 치우기로 했다"면서 연신 빗자루로 길을 쓸었다. "왜 구청에서 쓰레기를 안 치워주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로 말하는 오씨는 구청의 청소파업을 모르는 듯 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갑자기 거리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날은 구청이 3일간의 청소파업을 끝내기로 한 날이었다. 구청 직원 50여명을 비롯해 지역 단체·상가번영회 상인 등 300여명이 모였다. 청소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빗자루와 마대자루를 든 청소 부대가 진군을 시작했다.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들을 보는 듯 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구청의 '청소파업'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