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꽃밥세얼호 희생자를 기리며
권대웅
모름지기, 시란 가슴에 따뜻함이 넘치고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시인이면서 출판사 대표인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권대웅. 그는 가난하고 배고픈 이십대를 거쳐 <양수리에>라는 시로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이름을 얻으면 가난한 시절의 기억을 지워 버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언덕배기 달동네. 시인은 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사는 바쁜 현대인과 달리, 하늘을 올려다보며 등 뒤를 비추는 달, 머리 위를 밝혀주는 달에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달과 달동네의 자취방 쪽창으로 올려다보던 달에 대한 추억을, 시인은 달그림과 시, 짧은 단상을 담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곧 그의 달그림과 달시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과 마니아 그룹이 생겼다. 팬들은 달 그림과 시를 책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덧 그는 달을 사랑해서 달의 기운을 지인들과 독자들에게 나눠주는 달시인으로 알려졌다. 달시인은 세 번의 달그림 전시를 했고 그 수익금을 달동네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달시인 권대웅은 최근 그의 두 번째 달그림 산문집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예담)를 출간했다. 그는 오는 2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티크'에서 '봄달 콘서트- 아으 아흐 다롱디리' 북콘서트를 연다. 이번 북 콘서트에서는 달그림도 함께 전시된다. 달그림 판매 수익금은 '전국 동네책방 활성화 및 달동네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사용된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작가들이 광화문 천막에 모여 단식을 할 때, 그는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마음의 숲'에 출근하면서 4일간 단식을 했다. 단식하는 동안 그는 스무 살에 시집와 어머니가 처음 지었던 하얀 쌀밥을 초승달 위에 담아 낸 '달꽃밥' 시리즈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넋들을 위로했다.
그의 기도는 달 밥그릇 위에 수수꽃다리 꽃을 닮은' 달꽃밥'으로 하나하나 피어났다. 그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어 올린 달꽃밥은 보는 이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든다. 달시인은 밥벌이의 소중함, 밥 한 그릇 나눔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