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지어 올린 '달꽃밥', 코끝이 시큰

달시인 권대웅,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북콘서트 열어

등록 2015.03.18 18:30수정 2015.03.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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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꽃밥 세얼호 희생자를 기리며
달꽃밥세얼호 희생자를 기리며권대웅

모름지기, 시란 가슴에 따뜻함이 넘치고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시인이면서 출판사 대표인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권대웅. 그는 가난하고 배고픈 이십대를 거쳐 <양수리에>라는 시로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이름을 얻으면 가난한 시절의 기억을 지워 버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언덕배기 달동네. 시인은 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사는 바쁜 현대인과 달리, 하늘을 올려다보며 등 뒤를 비추는 달, 머리 위를 밝혀주는 달에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달과 달동네의 자취방 쪽창으로 올려다보던 달에 대한 추억을, 시인은 달그림과 시, 짧은 단상을 담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곧 그의 달그림과 달시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과 마니아 그룹이 생겼다. 팬들은 달 그림과 시를 책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덧 그는 달을 사랑해서 달의 기운을 지인들과 독자들에게 나눠주는 달시인으로 알려졌다. 달시인은 세 번의 달그림 전시를 했고 그 수익금을 달동네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달시인 권대웅은 최근 그의 두 번째 달그림 산문집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예담)를 출간했다. 그는 오는 2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티크'에서 '봄달 콘서트- 아으 아흐 다롱디리' 북콘서트를 연다. 이번 북 콘서트에서는 달그림도 함께 전시된다. 달그림 판매 수익금은 '전국 동네책방 활성화 및 달동네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사용된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작가들이 광화문 천막에 모여 단식을 할 때, 그는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마음의 숲'에 출근하면서 4일간 단식을 했다. 단식하는 동안 그는 스무 살에 시집와 어머니가 처음 지었던 하얀 쌀밥을 초승달 위에 담아 낸 '달꽃밥' 시리즈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넋들을 위로했다.

그의 기도는 달 밥그릇 위에 수수꽃다리 꽃을 닮은' 달꽃밥'으로 하나하나 피어났다. 그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어 올린 달꽃밥은 보는 이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든다. 달시인은 밥벌이의 소중함, 밥 한 그릇 나눔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달꽃밥 세얼호 희생자를 기리며
달꽃밥세얼호 희생자를 기리며권대웅

떠돌던 스무 살의 시절이었다. 취직도 안 되고, 돈도 없고, 비빌 언덕도 없고, 찾아갈 이렇다 할 만한 가족도 친척도 없고,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저녁이면 뭐가 그리도 외로웠는지. 우우 입술을 내밀고 불빛을 그리워하는 한 마리 궁상맞고 궁핍스런 늑대 같았다.


어느 추운 겨울이었을까. 보문동 한옥집 문간방에 세 들어 사는 먼 친척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녹내장과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고모와 그녀의 친어머니인 노모가 살고 있는 어둡고 작은 방이었다. 몰골을 보아하니 못 처먹고 돌아다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할머니가 말했다.

"밥 지어 줄게! 밥 먹고 가~"


연탄불에 자글자글 졸여 끓어 내온 김치찌개, 알타리 무 김치, 김, 고추장 그리고 스뎅 그릇에 수북이 담은 밥을 작은 소반상에 차려주었다. 그 밥을 나는 잊지 못한다.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왜 자꾸 목이 메었는지 모른다. 하얀 쌀밥보다 납작한 보리밥이 더 많이 섞여 있어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꾸역꾸역 밥을 처먹다가 나는 또 궁상맞게 울었던 것이다.

그런 잊을 수 없는 밥에 대한 기억이 가끔 배가 고파지는 저녁이면 목젖에 초승달처럼 걸려있다.
-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달꽃밥' 중에서

배고픔만이 아니라 밥의 소중함,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달을 사랑하는 시인이기에 보름달처럼 밝고 환한 기운을 달동네와 골목 책방과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과 나누는 것이리라.
덧붙이는 글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권대웅 산문집/ 예담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 권대웅 시인의 달 여행

권대웅 지음,
예담, 2015


#달꽃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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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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