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씨는 SNS를 통해 대평리의 평화로운 풍광을 알리고 있다.
유성호
그는 사람을 좋아한다. 전날, 그의 집에서는 <제주신문> 동료들이 모여 집들이를 했다고 한다. 동이 틀 때까지. 다음날 저녁에는 서울에서 언론사 선배가 오기로 했다. 그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주(主)님'을 믿는다는 그는 "매일 저녁 주(酒 )님을 모신다"고 했다.
그가 얼마 전부터 '우리 마을을 찾아서'라는 연재 기획을 시작했다. 매주 한 곳씩, 제주 마을을 찾아가 이장님들을 만나고 있다. '소길댁' 이효리로 유명해진 소길리를 시작으로, 온평리, 가시리, 가파리 등의 마을을 소개했다. 취재를 마치고 이장님들과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주민들이 제주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이주민 전문기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제주가 '괸당' 문화라고 하는데, 이장님들이랑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오히려 원주민들은 이주민들과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주민들이 원주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들만의 요새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혼자 있을 때면 사무치게 외롭기도 하다.
"세월호 이후 제 알람 시각은 0416이에요. 새벽 4시 16분. 아침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제 시간이 없더라고요. 새벽의 기운 때문인지, 아침에는 외롭지 않아요. 그런데 저녁이 되면 막 밀려와요. 외로움이." 오는 6월이면 제주온 지 2년. 그는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주기로 했다. 바로 '우리들만의 아지트'. 지난해 12월,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저는 이곳 제주에서 '대형사고(?)' 하나를 치려고 합니다. 다름 아니라 제주에서 300만 원으로 땅을 사고 집을 짓거나 잘 지어진 집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혼자서는 이룰 수 없지만 여럿이서 함께 하면 이룰 수 있습니다.'1인당 300만 원씩, 100명을 모집해 제주 대평리에 아지트를 만드는 것. 300만 원을 낸 이들에게는 30년 동안 아지트에서 1년에 10박을 할 수 있는 이용권을 줄 예정이다. 이용권은 양도, 양수, 선물, 상속이 모두 가능하다. 100명이 한 번에 올 일은 없으니, 최대 30명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운영비는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도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해 충당하려고 한다. 아지트 이름도 이미 구상했다. 체게바라와 함께 세계를 여행했던 낡은 오토바이 '포데로사'.
"제가 제주도에 있으니까, 가끔 전혀 일면식도 없던 분이 페이스북 통해서, 제주에 왔는데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겠냐, 올레길 같이 걸을 수 있겠냐고 물어올 때가 있어요. 언제나 불이 켜져 있고, 서로가 말벗, 길벗, 술벗, 아침에는 차벗까지 함께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협동조합 형태의 게스트 하우스인 거죠. 딱 문 앞에 '발기인 명단' 이런 식으로 붙일 거예요.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우리는 가족 같은 관계가 되는 거죠. 의미 있는 일이 있다면 조합원들이랑 상의해서 공간을 대여해줄 수도 있고요. 제가 '노빠'거든요. 노무현 좋아하고, 신해철 좋아하고, 저랑 결이 맞는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제주에서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기한을 30년으로 한 이유는, 제가 70살 넘어서 이걸 계속 할 자신은 없어서요(웃음).""행복하려고 왔으니 행복하게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