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맥도날드 근로계약서. 5년 3개월 동안 일한 김씨는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었다. 이 계약서에는 김씨의 계약일자가 '2999년 12월 31일'로 돼 있었다.
알바노조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본인의 근로계약서를 받은 김씨는 황당했다. 5년간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교부 받은 적이 없었던 김씨가 5년간 쓴 근로계약서 2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해가 바뀌어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급여 부분에 밑줄이 긋고 수정이 되어 있었다.
근무한 지 2년이 넘어 정규직이 되어 다시 썼어야 할 근로계약서는 그 이듬해에 작성되었고, 근로계약기간은 '2999년 12월 31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근로계약서를 김씨가 아닌 매니저가 작성했다는 것으로 자필서명까지 매니저가 대신했다는 점이었다.
또 김씨가 일한 5년 3개월 동안 인상된 급여는 단 100원(최저임금 기준)에 불과했다. 6개월마다 임금협상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급여를 올려 달라는 김씨의 요청에 매니저는 "자격이 안 돼요"라는 식으로 말했다. 일한 지 2년이 지나자 그제야 100원 올려주며 트레이너를 하라고 했다. 맥도날드 취업규칙은 무용지물과도 같았다.
김씨는 맥도날드에서 5년 3개월간 일한 것에 대한 퇴직금 500여만 원은 받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할 곳이 필요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바노조를 찾았다고 했다.
채용되지 않을까 봐, 그만두라고 할까 봐 요구하지 못해지난달 19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50대 알바 구직자가 5년 만에 7배 증가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알바천국에 등록된 50대 구직자의 이력서는 2만3501건으로 2010년(3232건)보다 7배 이상 늘었으며, 50대 남성의 경우 운전직·보안·경호·경비를 선호하고, 50대 여성은 대형마트 매장관리와 고객상담을 선호한다는 내용이었다.
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은 "이제 아르바이트 노동은 임시 일자리가 아닌 하나의 직장과도 같은 개념"이라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 연령대가 40, 50대까지 높아진 만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사업주들도 사람을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게 채용하고 시급을 현실화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노동법을 개정하고 최저임금을 1만 원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황현숙 센터장은 "40, 50대 여성의 경우, 근로계약서 자체를 모르거나 근로계약서를 알더라도 꼭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사업주가 먼저 말하기 전에 꼭 쓰자고 하면 채용이 안될까 봐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이 회사도 시비가 없고 분명하게 된다고 (사업주에게)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황현숙 센터장은 "일하던 중 불이익을 받았을 때도 그만두라고 할까 봐 요구사항을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사업주가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에 호소해 도움을 받아야 사업주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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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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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의 실체... '986년'짜리 알바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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