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신전
임윤수
정말 재미있게 쓰려고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포르노물도 이런 포르노물이 없습니다. 대담합니다. 창의적입니다. 너무 노골적이라 꼼꼼히 살펴보기엔 조금 민망할 것 같습니다. 구강성교에 그룹 섹스는 물론, 저런 자세로 성교가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기기묘묘한 체위, 수간(獸姦)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포르노라는 단어 말고는 딱히 달리 표현할 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떤 음란물, 소위 회색잡지에 대한 설명일 거라고 예측 될 겁니다. 아닙니다. 아주 신성한 어느 신전의 모습입니다. 인도 카주라호에는 위로 올라갈수록 끝이 뾰족해지는 옥수수 모양의 첨탑신전(尖塔神殿)이 있습니다.
신전 표면은 환조에 가까운 고부조 조형물로 장식돼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신전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이 온통 포르노물입니다.
신성해야 할 신전 표면이 어찌 이토록 파격적인 형상으로 건축됐는지가 더 재미있습니다. 약 1000년 전에 건축된 신전 표면이 온통 포르노로 장식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고 원초적입니다. 신전이 있는 곳은 평야입니다. 평야에 끝이 뾰족하고 높은 신전을 지으면 아무래도 벼락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시 사람들은 벼락은 신이 내리는 것이고, 신 또한 섹스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전이 벼락에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도 좋아하는 성교 행위로 장식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진기한 의미가 존재한다. 신전은 높게 건축되기 때문에 벼락을 맞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는 평야지대에서 높게 건축되는 건축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벼락의 주체가 신이라는 점에서, 카주라호 사람들은 신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벼락을 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신전의 외보를 장식하고 있는 섹스상들은 일종의 피뢰침이었던 것이다. 인도인들의 기발한 발상에 무릎을 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 본문 77쪽 중에서노골적으로 재미있는 <작정하고 재미있게 에피소드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