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조업 앞두고 서해어민 또 분노, 왜?

툭하면 배 안뜨고, 해양 기상 관측 장비 없이 육안으로 측정

등록 2015.03.23 17:03수정 2015.03.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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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성어기를 앞두고 인천 앞 서해 어민들의 심정이 다시 출렁인다. 섬과 인천을 잇는 뱃길이 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백령도와 대청도만 하더라도 2013년 29번에 불과했던 결항이 지난해엔 65번으로 늘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여객선 운항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결항이 늘어났지만, 예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서해 5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덕적도와 자월도 등, 모든 섬에서 마찬가지다.

인천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들이 생필품 마련과 병원치료 등을 위해 뭍으로 나오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수산물을 나르는 화물선 기능도 한다. 하지만 거듭된 결항에 어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게다가 결항 기준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인 데다, 제대로 된 관측 장비조차 없이 기상청 예보에 의존하거나 심지어 육안에 의존해 운항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섬 주민들은 인천해양수산청이 안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툭하면 결항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오후, 같은 기상조건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연평도행 여객선은 운항했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덕적도행 여객선은 결항했다. 또, 3월 3일 여객선 운항을 통제할 때, 행정선은 이작도를 취항했다. 이 행정선의 크기는 이작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절반 정도다.

인천해양수산청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운항 여부 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2월 5일, 7일, 9일, 26일 풍랑주의보 발령이 안 됐는데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기준과 근거를 설명해 달라 해도 그저 안전을 위해 결항했다는 말만 2개월 넘게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인천해양수산청은 여객선 안전운항을 위해 전보다 강화한 '고(高)파도' 기준으로 운항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고파도' 기준과 그에 따른 취항 가능 여객선 크기를 따지는 어민들의 항의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육안으로 가시거리 측정, 파고 측정기 달랑 한 기

인천항 연안부두 운항관리실과 선장이 여객선 운항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안개와 풍랑이다. 섬 주민과 인천해양수산청의 갈등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우선 안개가 꼈을 때 항로 시야가 1km 이상 확보돼야 운항할 수 있다. 가령 '인천~백령' 항로에 가시거리가 1km 안 되는 구간이 있으면 운항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가시거리 측정을 육안으로 한다는 것이다. 안개 측정방식만 개선해도 결항을 줄일 수 있고, 인천해양수산청에 대한 불신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풍랑이다. 인천 연안여객선 항로는 크게 '인천~백령·대청도' 구간, '인천~연평도' 구간, '인천~덕적군도' 구간, '인천~자월·이작도' 구간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관측 장비는 덕적군도 굴업도 바깥에 파고 측정기 1개와 이작도 부근에 풍속 측정기 1개가 있을 뿐이다.

현재 인천해양수산청이 고파도로 삼는 기준은 풍속 13m/s에 파고 2.5m다. 이 기준이 곧 풍랑주의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천해양수산청은 이를 토대로 여객선 운항을 관리하고 있다.

바람이 불더라도 항로마다 특성이 있어 풍랑이 다를 수 있는데, 관측 장비가 없다보니 굴업도 파고가 백령도행 항로의 파고가 되고, 이작도의 풍속이 연평도행 항로의 풍속이 되는 셈이다. 인천해양수산청이 운항 관제 시 기준으로 삼는 기상청 일기예보의 현실은 이처럼 허술하다.

허술한 일기예보의 현실은 2014년 국정감사 때 이미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안양동안갑)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특보 유형별 빗나간 예측은 해일특보가 23.5%로 가장 낮았고, 강풍특보 50%, 풍랑특보 52.4% 순이었다.

지난 3월 6일 인천해양수산청에서 열린 인천 각 섬 주민대표 초청간담회 때 어민들은 운항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개선을 요구했다. 어민들은 정확하지 않은 일기예보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되고 있다며, 장비 보강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간담회에 참석한 기상청 사무관은 '국정감사 통계가 잘못 돼있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김경선 인천시의회 의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여객선 운항 안전을 강화하는 것을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파도라며 원칙과 기준도 없이 무조건 통제만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라고 한 뒤 "우선 해양 관측 장비를 항로별로 보강한 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여객선 운항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해5도 #연안여객 #세월호 #해양수산부 #김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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