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밖의 풍경 여행 당시 기차 밖의 풍경.
배수경
"저, 실례지만 루터가 반박문을 붙인 교회를 찾아가려고 하는데요, 어디 방향으로 걸어가면 되나요?" 라고 묻자, 그녀는 앞니가 심하게 벌어진 잇속을 환하게 드러내며 "여기서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어요. 여기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야 해. 어디서 왔어요? 그 교회보려고? 이 지역은 말이에요..."라며 이야기를 길게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을에 가면 동독시절의 일상 생활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이 있어요. 집을 개조해서 만든 거라 찾기 쉽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는 그곳이 차라리 그 교회보다는 더 볼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 광장에서 유스호스텔 가는 방향으로 쭉 직진하면... "쿰쿰한 냄새, 정돈되지 않은 머리... 노숙자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허름한 차림의 50대 여인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영어의 유창함을 넘어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듯했다. 동독시절 이야기와 정말 봐야 할 것들을 놓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을 비판하는 그녀에게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대학은 가지 않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이고 영어는 평소에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대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