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곳에서는 쑥이 이미 어른 가운뎃손가락만큼이나 자랐습니다.
이안수
늦은 점심식사를 무엇으로 할까 망설였던 우리 부부는 함께 쑥국을 생각했습니다. 길섶에 주저앉아 쑥 무더기 중에서 가운뎃손가락만큼 자란 녀석들을 한 움큼씩 뜯었습니다. 자랑거리 음식솜씨 하나 갖지 않은 아내도 쑥국에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씻은 쑥을 냄비에 넣고 옹기뜸골에서 익은 된장을 큰 술로 풀었습니다. 그리고 한 일이란 한소끔 끓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참으로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습니다. 한 숟가락 쑥국을 떠서 삼키자, 향기로운 봄이 몸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니체는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두었다'고 했지요. 어제 우리 부부가 길섶에서 찾은 행운은 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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