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 어른들은 못 들어와요

청소년을 위한 카페 '봄내친구랑'

등록 2015.03.30 18:31수정 2015.03.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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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공간 '봄내 친구랑'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공간 '봄내 친구랑'현지애

지난해 6월에 학교를 그만둔 박재성(18) 군은 최근 청소년카페 '봄내 친구랑'에서 바리스타를 한다. '봄내 친구랑'이 문을 연 첫날, 카페에 들렀다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선뜻 카페지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기초교육은 카페에 있는 상담 선생님에게 받았다. 카페지기를 하고 나서 좋은 점이 "하고 싶은 일이 다시 생겼다"는 것이라는 재성이는 검정고시가 끝나면 바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3때 학교를 그만둔 김효중(20) 군 역시 일주일에 세 번은 카페를 찾는다. "처음 학교를 나왔을 때는 갈 데도 없고 친구도 없어 많이 막막했는데, 이런 공간이 생겨 좋다"며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봄내 친구랑'은 강원도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안전한 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위해 지난 3월 9일 춘천에서 문을 열었다. 카페에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컴퓨터와 와이파이가 있고, 청소년을 위한 책과 영화가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오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해요. 보드게임이나 컴퓨터를 하고,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요. 뭔가를 정해놓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니까 아이들이 좋아해요."

'봄내 친구랑'을 맡고 있는 김지현 팀장의 설명이다. 음료와 간식이 무료라서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카페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친구의 친구를 데려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음료와 간식, 시설 이용은 무료...진로 찾기와 공부 계속할 수 있어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기본 규칙은 있다. 음료를 먹고 난 뒤 컵은 자기가 씻고, 게임은 두 편 정도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자는 것. 그리고 자신이 맡은 역할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실천이지만 생활 속에서 가르치자는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면 먹는 건 무료지만, 치우는 건 스스로 하게 해서 무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는 거죠. 규칙을 정해놓고 지키라고 하면 아이들이 싫어하니까 말로 은근히 전해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잘 따르는 편이에요."


카페 운영에 대해 설명하며 김지현 팀장이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학생 멘토링, 문화예술 동아리와 자치위원회 운영 같은 활동들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게 지원해주고 싶어요. 오븐이 있으니까 요리에 관심 있는 아이들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끼가 있는 아이들은 작은 공연을 할 수 있게 하고요.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여러 활동들을 짜고 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해마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춘천에만 100여 명. 이들에게는 안전하면서도 공부를 놓지 않을 수 있는, 학교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지현 팀장은 '봄내 친구랑'이 이런 아이들에게 품을 내어줄 수 있는 곳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떤 곳은 학교 안만 있고, 어떤 곳은 밖만 있는데 여기는 서로가 어울릴 수 있는 곳이에요. 정보를 나누다가 '학교가 이렇게 좋아졌네', '교복이 예쁘네'라는 생각이 들면 학교로 돌아갈 수도 있고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여러 활동을 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추려낼 수도 있고요.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거나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강원도교육청 소식지 '강원교육맑음' 4월호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봄내 #청소년 #춘천 #학교밖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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