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쪽파에 꽃이 올라오고 있었다. 보라색 예쁜 꽃은 샐러드등의 음식에 멋진 장식이 되었다.
이지은
개똥 잡초는 '세계적'
손님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모두 떠난 뒤, 사치코 상이 나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바로 허브 밭에 가서 잡초를 뽑는 일! 그렇지 않아도 농장에 가서 일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나에게 딱 어울리는 일을 하라고 한거다. 오전 내내 허브 밭에는 태양이 내리쬈다. 구부정하게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등이 따끈따끈 했다. 공기는 시원했지만 태양은 뜨거웠다. 나는 9시부터 11시반 정도 까지 열심히 잡초를 뽑은 것 같다.
예전에 프랑스에서 우핑을 할 때 개똥이라는 이름의 잡초를 며칠동안 뽑은 적이 있었는데, 이 개똥이가 일본 허브밭에도 있었다. 일본까지 와서 내가 개똥을 뽑을 줄이야! 개똥 잡초는 정말 세계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개똥잡초는 뿌리가 대나무 뿌리처럼 주변으로 길게 자라며 주변에 새로운 개똥이를 생산해내는 생명력이 강한 잡초였다. 그래서 뿌리의 뿌리를 뽑아내다 보면 가끔 수평으로 1미터가 넘게 발견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너무 지겹게 뽑아데서 당분간은 보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약 3년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하트엔트리 허브농장이 시작한지는 약 3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조그만한 화분에서 옮겨 심은 허브들이 군데군데 조금씩 있었는데 지금은 농장을 다 뒤덮을 정도로 부쩍 자라있었다. 민트, 타임, 오리건, 캐모마일, 라벤더등 무려 10가지가 넘는 허브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었다.
허브농장은 사치코상이 아닌 관리하는 다른 분들이 계셨다. 근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었는데 낙농업을 하시는 분도 계셨고, 야채를 키우고 계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 분들은 남는 시간에 하트엔트리 농장에 와서 사치코상 대신 허브밭 관리를 해주셨고 밭에서 나온 허브들을 함께 공유한다고 했다. 나는 잘 되지 않는 일본어로 조잘조잘 떠들며 이 분들과 신나게 잡초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