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욱 엄마 "진실 위해 삭발쯤이야"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운데)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유성호
"우리 아이들이 온 거예요. 지난 100일, 200일 때도 비가 왔어요."
304개 영정사진이 빼곡하게 인쇄된 대형 현수막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삭발 순서를 기다리던 그의 갈색 머리칼에 빗방울이 툭 떨어진 직후였다. 단원고 고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48)씨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번졌다. 2일 낮 12시 54분. 정부의 배·보상 절차 강행 등에 항의하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 52명이 단체 삭발식을 연 서울 광화문 농성장이었다.
삭발 직전 한 남성의 절규... "엄마들은 안하면 안 돼요?""엄마들은 안 하면 안 돼요?"낮 2시 10분. 100여 명의 군중 사이에서 한 남성이 절규했다. '희생자와 피해 가족들을 돈으로 능욕한 정부 규탄 및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회자가 어머니들의 이름을 하나둘 호명한 뒤였다. 한 번에 10명씩, 총 다섯 번에 걸쳐 진행되는 순서에서 이번엔 어머니들 차례였다. 앞서 머리칼을 잘라낸 아빠들은 각각 '진실규명' '시행령 폐기'라고 쓴 노란 머리띠를 두르고 뒤편에 마련된 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서 흰색 천 위로 걸어 나온 어머니들이 일렬로 놓인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빗방울을 반가워 했던 홍영미씨는 왼쪽 세 번째 자리였다. 오열하며 걸어 나온 다른 어머니들과 달리 그의 얼굴은 어색할 만큼 의연했다. 이발을 맡은 자원봉사자가 '정부 시행령안 폐기하라! 세월호 온전하게 인양하라!'라고 쓴 노란 천을 그의 몸에 두를 때는 크게 한숨을 쉰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리칼이 모두 잘려나갈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5분. 홍씨의 풍성했던 커트 머리가 모두 없어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정수리부터 조심스럽게 잘려나갔다. 자원봉사자는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지 않도록 두 손으로 고이 감싸 쥔 채 잘라낸 뒤, 주최 측이 준비한 흰색 반투명 플라스틱 수납함에 넣었다. "진상규명에 목숨을 건다"는 의미로 잘라낸 머리칼을 담기에는 한없이 초라한 상자였다.
삭발하는 동안 미동 없던 엄마... 아들 이름 부를 때는 손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