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무상급식 중단 이틀째인 2일 진주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정상화'를 바라며 자장밥을 직접 지어 아이들한테 나눠주었다.
윤성효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요? 지금 경남의 학부모들은 잔인한 4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4월부터는 우리 아이가 눈칫밥을 먹지나 않을까, 혹은 급식비를 지원받는 친구들을 놀리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밤잠을 설칩니다.
지난해 11월 3일 경남도의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 선언을 하실 때 저는 그것을 (지사님께서 즐겨 쓰시는 말씀인) '일과성 해프닝'이라 믿었습니다. 지사님은 그럴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비 지원을 못하시겠다고 하셨습니까? 우리 아이들의 무상급식비 예산 643억 원이 고스란히 서민자녀교육지원비로 전용되었습니다. 서민자녀교육지원비 643억 원은 어디서 왔는지요?
연초 지사님께서는 경남의 시군을 돌면서 방문 인사말을 통해 '취임 후부터 매일 8억원씩 빚을 청산하기 시작해 경남도가 건전한 재정기반을 구축했다'자랑스럽게 말씀하셨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인해 선별급식으로 전환했다'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이미 2년 3개월전에 무상급식을 포기하셨어야 하는게 아닌지요? 경남도 1년 예산의 0.5%도 되지 않는 급식비 예산이 경남도의 재정악화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까?
부잣집 아이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나?지사님께서는 '부잣집 아이에게도 공짜 밥을 줘야 하나'라는 말씀을 종종 하십니다. 줘야 하지요. 소득이 높은 사람은 높은 만큼 세금을 더 내었을 것이고, 세금을 낸 사람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무상으로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혹시 지사님께서는 우리나라 부자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는지요? 흔히들 금융자산 10억 원에 좋은 집에 살면서 월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은 되어야 부자라고 한답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경남의 학부모들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부잣집 아이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나?'라는 지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리고 그 말을 받드는 시장, 군수, 도의원들을 보면서 이 분들은 지역구가 경남이 아니고 강남 3구인 줄 알았습니다. 경남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별복지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때때로 무상급식을 진보좌파의 유산으로 이야기 합니다만, 이것은 사실관계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이전인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무상급식 이야기가 일부 진보정당 후보들에 의해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대부분 낙선했고, 경남지역 자치단체의 장은 지사님이 속했던 당 소속 후보들이 완전히 장악했지요.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인 2008년경부터 무상급식이 시작되었으므로, 무상급식을 실시한 것이 죄라면 그 원죄는 지사님과 함께하는 당 소속 단체장들의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