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목수 장민수
아이니드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외벽에 붉은 글씨로 '아이니드(I NEED)'가 영문으로 크게 페인팅 돼 있는 건물과 마주할 수 있다. 외관으로 볼 때 야외 테이블과 의자, 아담한 꽃장식 등이 보여 커피숍인가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외부는 커피숍이 맞지만 실내로 좀더 들어가 보면 한 청년 목수가 톱밥을 날리며 가구를 만들고 있다.
흰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은 젊은 회사원들의 모습이 익숙한 서울 도심에, 30대의 톱밥이 내려 앉아 있는 작업복을 입고 허리에는 목공 장비를 차고 있는 그의 모습이 꽤나 신선하고 정직해 보였다. '아이니드' 브랜드로 가구도 만들고, 커피도 파는 청년목수 장민수를 지난 2일에 만났다.
- 어떻게 목수가 됐나요. "실업고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이후 수원과학대 산업디자인과를 진학했습니다. 학교 공부보다는 개인적으로 다른 공부를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교수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기도 하셨는데 저는 학교에서 배우기보다는 실전이 더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역삼동 인근에서 인테리어 기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목수들을 만났습니다.
인테리어 기사로 디자인은 하는데 만들지는 않으니까 뭔가 답답했어요. 함께 작업하는 목수들은 뚝딱뚝딱 다 만들어내는데 말이죠. 너무 신기했어요. 전 화려하게 디자인을 했는데 목수는 '이건 안 된다'고 하면 '왜 안 되지' 그랬어요. '그럼 내가 만들어 봐야지'라는 오기 반 호기심 반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년 반 정도 다니던 인테리어 회사를 나와서 목수 일을 더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친한 목수 형님들은 '인테리어 기사가 더 편해. 목수는 힘들어. 왜 하려고 그래'라고 하셨죠. 근데 전 힘들어도 만드는 게 좋았고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 '아이니드'를 어떻게 창업하게 됐는지. "목수 일을 할 때, 저는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고 목수 일을 배워서 공방을 만들어서 나만의 디자인이 담긴 가구를 만들려고 했었어요. 당시 동생은 파주에서 커피숍을 하고 있었고요. 그때 동생 커피숍에 뭐가 필요하면 만들어주기도 했고요.
전 사업의 자질이 없는데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자기 스스로 작은 장사부터 혼자 했었어요. 경영과 판매 등에 뛰어나죠. 동생이 형은 가구를 만들고 자기가 팔겠다고 같이 해보자고 해서, 난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 그게 잘 맞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3년 전이네요. 처음에는 파주 헤이리에서 시작을 했어요."
- 성수동에는 언제 왔나요. "헤이리에서 2년 정도 공장을 했고 매장을 홍대에도 내고 부산에도 냈는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 철수하게 됐어요. 다른 매장들은 정리가 되고 삼성동에 매장이 하나 있는데 동생이 거기에 상주해서 일을 많이 하고 저는 파주에 있고. 그러다 보니 둘이 서로 대화할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공장을 서울 쪽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동생이 '서울로 공장을 옮겨서 형이 가구를 만드는 모습도 사람들한테 보여주자'고 했어요. 접근성이 좋았고 성수동에 젊은이들이 가죽 공장, 식당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뭔가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았어요. 동생도 이곳을 보고 확실히 성수동이 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2014년 12월에 공장 이전을 결정했고 올해 3월에 성수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