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의 '2015 진은숙의 아르스노바 II' 공연 후 정명훈 상임지휘자가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주최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곡가 진은숙이 2006년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로 위촉되면서부터 시작된 <아르스 노바>는 그동안 유럽 작곡가들의 작품과 현대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명성과 함께 현대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이번 <2015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I, II>는 미국 작곡가의 앙상블 작품과 프랑스 작곡가의 오케스트라 작품들로 구성해 대비를 이루며 귀한 음악을 선사했다.
또한, <아르스 노바>의 관현악 공연을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일은 드문데, 이번 프랑스 작곡가 프로그램은 파리 바스티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역임한 정명훈이 직접 지휘했다. 정 감독은 프랑스 작품에 대한 친숙함과 애정을 드러냈다.
4월 1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열린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I>에서는 존 케이지와 엘리엇 카터, 찰스 아이브즈, 테리 라일리의 미국 작곡가들과 한국의 신진 작곡가 박명훈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첫 번째 존 케이지(1912-1992)의 <거실음악>(1940)은 타악 연주자 네 명이 일반적인 타악기가 아니라 식탁과 그 위 접시, 유리컵을 두드리는 소리, 신문지 찢는 소리, 반복하며 읊조리는 소리, 허밍하는 소리 등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이어나갔다.
두 번째 엘리엇 카터(1908-2012)의 <목관 오중주>(1948)는 두 개 악장의 작품으로, 오보에, 호른 등 목관의 다양한 개별 움직임을 조화해 만드는 전체적인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찰스 아이브즈(1874-1954)의 <'톤 로즈'와 다른 앙상블 작품들>(1911-1915)은 복잡한 도시를 그린 'Tone Roads'라는 작품 두 개와 느린 노래를 연상시키는 두 개의 작품, 그리고 'The See'r'(보는 자)'라는 제목의 서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형식이었는데, 복잡한 리듬과 불협화음, 각 악기군의 대위적인 움직임이 특징이었다.
박명훈(1980-)의 콘트라베이스 독주와 앙상블을 위한 <MONTA>(2015)는 몽타주 기법을 응용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와 기법의 여러층의 소리가 한 부분에서 혹은 전체 흐름을 통해 엮이고 제시되면서 다채로운 음향을 선사했다. 서울시향 베이스주자인 안동혁이 연주한 저음 더블베이스의 글리산도와 피치카토, 트레몰로 등의 현대주법 음향이 바순, 타악기, 트럼본 등의 비슷한 질감 악기로 이어져 복잡다단하고 파워있게 엮이며, 밀도 있는 조직을 펼쳐내었다.
마지막으로 테리 라일리(1935-)의 <in C>(1964)는 여러 악기들이 C라는 중심음을 반복하고 서로를 모방하고 이탈하지만,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첼레스타를 치던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수열이 타악주자와 익살스런 눈짓을 주고받더니 갸우뚱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도'음을 연주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웃었다.
4월 7일의 <아르스 노바II>에서 연주된 앙리 뒤티외, 파스칼 뒤사팽, 메시앙 세 프랑스 거장 작곡가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색채적인 음향'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로 앙리 뒤티외 <메타볼>(1964)은 일관된 목관악기의 긴 호흡의 고음 주제선율이 전체를 관통했다(1악장). 이후 그것을 뒷받침하는 <La Mer>를 연상시키는 현악기의 바다와 같은 음향(2악장), 그리고 금관악기, 타악기와 함께(3,4악장) 고음에서 저음으로 저음에서 고음으로 빠르게 휘몰아치는 패시지들(5악장)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목의 '메타볼(Metaboles)'은 프랑스어로 어떤 한 사물의 특징이 다른 것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예술작품에서 '반복'과 '변화'라는 것은 제일 기본적인 예술개념이고, 음악에서는 특히 이 두 요소가 중요하다. 특히 '반복'보다는 '변화'가 더 어렵고, 어떻게 첫 주제를 변화시키며 전체에 하나의 통일성을 줄 것인지가 음악가들에게는 항상 관건인데, 뒤티외의 작품에서는 강한 주제와, 그것과 대비되는 측면의 요소들이 서서히 만나며 결국 합쳐지는 면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