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어제 내린 비에 우수수 꽃비가 되어 떨어진 벚꽃
김민수
꽃이 피어나는 데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꽃이 떨어질 때에도 나는 속수무책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고, 피어나면 '좋다'하고 지면 '슬프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요. 사실, 우리는 꽃이 피든말든 지든말든 우리에게 주어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볼 겨를조차도 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니, 피어나는 꽃에 기뻐하고 지는 꽃을 보며 슬퍼할 줄 아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요.
사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아이들을 위해서나 유족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아무것도 없음, 그러나 그것은 무관심과는 다른 말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도 몇몇 지인들이 세월호 관련 집회를 하다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을 잘 압니다. 그렇게 착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대한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정상적인 나라였다면 그런 몸부림없이도 이미 진상규명이 되었어야지요. 1주기를 맞이하면서 슬퍼할 지언정, 마음에 한을 지속적으로 깊게 각인하지는 않아야 정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