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성완종 사태' 논의를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특검(특별검사)' 카드로 고심에 빠졌다. 애초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파문이 오래가기를 바라면서 '선 검찰수사, 후 특검' 기조를 내걸었지만, 박 대통령의 선제 공세로 원치 않게 특검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진 직후 긴급 논의 끝에 '특검 신중론'으로 방향을 정했다. 특검을 두고 여야가 공방하면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국면이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먼저 특검을 언급하고 나오면서 정부·여당의 특검 정국에 새정치연합이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박 대통령과 긴급 회동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선 검찰수사 후 특검' 견해를 밝히면서도 야당이 제안하면 특검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박 대통령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특검 수용 의지를 비치면서 국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 모든 것을 '특검 블랙홀'로 빨아들이려는 것"새정치연합은 여권의 이른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주도하려 했던 계획도 여당의 특검 공세에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원내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에게 호의적인 안은 아니다"라며 "여당은 지금 특검으로 '물타기'해서 야당이 제기하는 모든 것을 특검 블랙홀로 빨아들이려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는 우선 '이 총리부터 해임해야 한다'는 논리로 여당의 특검 공세를 막아낼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이 총리 사퇴 요구를 외면하고 특검 국면으로 넘어가려 한다"라며 "특검을 하든 안 하든 비리 의혹에 휩싸인 현 총리로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안으로 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주말까지 총리 해임건의안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여당 내에서도 이 총리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이번 안건은 상정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