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앞둔 대구 3호선, 장애인 안전 '나몰라라'

장애인단체 문제제기... 시 "역사 근무자 확충하겠다"

등록 2015.04.21 11:02수정 2015.04.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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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장애인 접근성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장애인 단체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3호선은 승차권 발매부터 탑승시 안전사고 우려까지 장애인의 이용 전반에 걸쳐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접근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에 탑승하고 3호선을 시승했다. 명덕역과 용지역을 왕복 승차한 이날 시승 후 모니터링 분석 결과를 작성했다.

승강장 안전사고 우려 높아

a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5~12cm의 틈이 있어 휠체어 이용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5~12cm의 틈이 있어 휠체어 이용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 김지형


가장 많은 문제가 지적된 곳은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은 승강장이다. 무엇보다 3호선은 승강장과 차량의 높이가 낮게는 5cm에서 많게는 12cm까지 차이가 난다.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동 휠체어나 전동 스쿠터를 타고 탑승할 경우 주변의 도움 없이 이 턱을 넘어 탑승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역사에 승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문 사이에 끼여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차량과 승강장 사이 간격도 문제다. 역에 따라 8~12cm에 이르는 간격으로 인해 탑승 시 휠체어 바퀴가 빠질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더욱 큰 문제는 바로 비상시 대피에 관한 부분이다. 화재나 각종 사고발생시 3호선은 3가지 탈출 경로가 있다. 아래쪽 도로에서 고가사다리차가 출입구에 사다리를 놓고 탈출하거나, 건너편에 다른 차량이 와서 건넘판을 놓고 건너가는 방법. 마지막은 차량에 장착된 탈출 장비인 스파이럴슈트(나선형 탈출장치)를 타고 미끄러져 탈출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 스파이럴슈트는 이용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고가사다리의 경우도 지체장애인 등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탈출이 어렵다. 다른 차량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그나마 가능한 방법인데 3호선에 적용된 비상 건넘판은 전동휠체어 이동 최소간격인 80cm보다 작은 77cm로 확인돼 이마저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시 인명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것이다.

a  차량 양쪽에만 설치된 전광판은 글씨가 작아 개선이 필요하다.

차량 양쪽에만 설치된 전광판은 글씨가 작아 개선이 필요하다. ⓒ 김지형

기본적인 편의 시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전광판이나 안내표지판에 의존하게 되는데 3호선은 차량 내 전광판이 작고 글씨마저 작다. 이마저도 차량 양쪽 끝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탑승객이 많은 경우에는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타 지역 지하철의 경우 전광판이 차량 중간에도 설치되어 있고 글씨도 더 크다. 또한 역사 내 안내판의 경우도 발달장애인 등을 고려해 문자보다는 각종 픽토그램(그림 문자)이 이용돼야 하지만 3호선은 이 또한 취약했다.

휠체어 타고 승차권 발매 어려워

a  하단에 공간이 없는 승차권 발매기

하단에 공간이 없는 승차권 발매기 ⓒ 김지형

승차권 발매기에 대해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대구 1, 2호선의 경우와 달리 3호선은 승차권발매기 하단에 공간이 없다. 휠체어를 탑승한 채 발권이 어려운 것이다.

이럴 경우 역무원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버튼조차 높이가 높아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큰 불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도 휠체어 좌석 협소, 화장실 간격 등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이 함께 지적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시승에 참여하고 모니터 결과를 발표한 장애인지역공동체 소속 지체장애인 김시형씨는 "시승 이후 대구시에 관련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시에서도 역사 근무자 확충 등 적극 반영하겠다고는 하지만 개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지적된 문제들은 단순히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인 약자들이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3호선은 건설 단계부터 안전사고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무인운전과 무인역사, 비상탈출로 미확보는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대구시의 장담이 공수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조치와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20일까지 무료탑승 운행을 거쳐 오는 23일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대구3호선 #장애인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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