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앞의 개 사료... 경찰이 빼앗으려 한 이유

'대통령 명예훼손' 유인물 사건 당사자들 '공안수사 항의' 기자회견

등록 2015.04.22 17:42수정 2015.04.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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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제작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은 둥글이 박성수씨가 22일 오전 대구시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사료를 뿌리려 했으나 경찰이 저지하며 빼앗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제작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은 둥글이 박성수씨가 22일 오전 대구시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사료를 뿌리려 했으나 경찰이 저지하며 빼앗고 있다.조정훈

지난 21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개 사료가 뿌려진 데 이어 22일에는 대구지방경찰청에 개 껌이 던져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제작하고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은 시민활동가들이 꼬리 흔들기식 전단지 공안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개 사료를 뿌렸던 '둥글이' 박성수씨와 유인물을 뿌린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던 변홍철 시인 등은 22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공안몰이 수사에 강하게 항의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구 (수성)경찰서의 전단지 공안탄압, 민주경찰 사망 애도'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몇몇 경찰들이 앞장서 사건을 만들고 확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국을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시국비판 전단지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규정하고 압수수색까지 하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인 공안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앞에서 전단지를 살포하자 대구 수성경찰서는 처음 '경범죄 처벌위반'으로 했다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마지막에는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바뀌었다"며 "이렇게 법 적용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했던 것은 애초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무리였고 정권에 꼬리 흔들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지를 제작한 둥글이 박성수씨와 전단지를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시인 변홍철씨가 대구시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켓을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지를 제작한 둥글이 박성수씨와 전단지를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시인 변홍철씨가 대구시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켓을 들고 있다.조정훈

 22일 오전 대구시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제작한 둥글이 박성수씨가 유인물을 들고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22일 오전 대구시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제작한 둥글이 박성수씨가 유인물을 들고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조정훈

박씨는 "어느 경찰서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소환장 보내고 다른 경찰서는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며 "하지만 대구 수성경찰서는 내 통장과 전단지를 보낸 우체국에까지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이어 "대구의 민주경찰이 사망했다는 취지로 민주경찰을 애도하는 기자회견"이라며 "몇몇 경찰들이 (정권에) 앞장서 사건을 만들고 일을 확대시키려고 하지만 다른 경찰분들은 이들에게 꼬리 적당히 흔들라고 말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변홍철씨는 "온 나라가 시끄럽고 세월호 참사 때문에 유가족이 피눈물 흘리고 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격을 높이기 위해 남미를 순방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격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대한민국 경찰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 수성경찰서에는 개 사료, 대구지방경찰청에는 개 껌 뿌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시민의 분노를 표출한 유인물을 뿌린 것은 경범죄 정도의 죄목에도 들지 않는다"며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통장 압류, 휴대폰 압수 등 시민의 권리를 국가의 공권력이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찰이 공안사건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정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경찰들이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대구 경찰청의 자정기능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에 개 사료를 경찰청 출입구에 놓아두었으나 뿌릴 것을 우려한 경찰이 가져가는 바람에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 참가자가 다시 사온 개 사료를 박성수씨가 들고 뿌리려다 제지당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중간에 경찰들을 향해 '멍멍'이라고 외치며 조롱하기도 했다. 박씨는 개 사료를 돌려주지 않자 경찰들을 향해 개 껌을 던지며 '이거 하나 우선 받고 개 사료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박씨와 변씨 등은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 3월 12일에는 변씨의 집과 변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출판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그달 24일에는 박씨가 우편물을 보낸 군산 소룡동 우체국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변씨의 부인은 수성경찰서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박근혜 비방 유인물 #박성수 #변홍철 #대구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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