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본격적으로 논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논두렁을 보수하고, 논에 물을 대고 있는 할아버지
김민수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할아버지 한 분이 논에 물을 대기 전에 논둑을 다지고 있었고, 비닐을 씌워 고랑을 이룬 밭에선 푸릇푸릇 싹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도시인의 삶을 살아가면서 잃어버렸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며, 형님의 모습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 이맘때면 주전자에 막걸리를 받아 논밭으로 오가던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아직 공식상영되지는 않았지만, 감독은 영화를 위한 펀드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문득, 살아있는 돼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대학생인 아이들에게 물었다.
"삼겹살 좋아하는 너희들은 살아있는 돼지를 본 적이 있니?""아니요?" 정말이었다. 돼지뿐만 아니라, 쌀도 밀도 보리도 심지어는 과일의 꽃이나 싹도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구의 손에 의해 우리의 식탁에 오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서울 사람들이 딸기의 제철이 겨울이라고 아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