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마을미디어축제에 참여한 마을 미디어들
서울 마을미디어 뉴스레터 '마중' 블로그
최근 미디액트는 서울시로부터 '마을 미디어 지원센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개미씨가 맡은 업무 중 대부분은 바로 이 센터의 일이다. '마을 미디어 지원' 업무란, 지역의풀뿌리 미디어를 발굴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구현하는 활동은 아니지만, 개미씨는 숨겨져 있던 목소리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지금의 일도 자신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해마다 서울시 전역에서 40~50개 단체(혹은 주민모임)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요. '마을공동체 미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나누기부터 미디어 제작 실습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 받고자 신청하는 분들이 많고요. 이미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신문이나 잡지처럼 하나의 매체를 만들 수 있도록 제반 경비나 장비, 혹은 기획컨설팅을 제공받을 수도 있죠. 2, 3년 이상 꾸준히 지역라디오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온 곳도 있어서, 선정된 곳들의 상황에 맞게 지원받을 수 있게 합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세금으로부터 할당된 지원금을 서울시 사업 기준에 맞게 쓰면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에요. 가장 재미있을 때는, 마을 미디어 주체들을 만날 때죠. 작년만 해도 40개가 넘는 팀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요. 어떻게 해야 참여자를 확대할 수 있는지, 만들고자 하는 미디어의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나려면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 마을 미디어의 나아갈 길은 도대체 어디인지. 이런 고민을 나누는 과정 역시 민중주도형 미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원을 하다 보면 주민참여 확대 측면에서도, 만든 콘텐츠 구성 면에서도 마을공동체 미디어들이 성장해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기가 방송에 나온다는 것 자체, 그걸 주변의 사람들에게 공유한다는 것이 강한 참여 동기이지만 점점 듣는 사람의 반응을 고려하게 되고, 담아내고 싶은 주제들도 개인 취미나 동네 미담에서 지역의 이슈와 현안들로 확장되기도 한다.
"영상이나 신문보다는 아무래도 팟캐스트를 활용한 '라디오' 형태가 제일 많아요. 영상의 경우 어느 정도는 전문기술이 필요하고, 신문 역시 정기적으로 글을 써서 게재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라디오는 녹음 후 편집하는 작업 외에는 편하게 한두 시간 신나게 수다 떠는 걸로 생산이 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동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덤'이라는 방송국의 활동이 인상적이에요. 종로구 창신동에는 작은 봉제공장들이 많이 모여 있잖아요. 그 공장 안에 스피커를 달아주고, 실제로 그 동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이 일 끝나고 녹음해서 비정기적으로나마 틀어주는 그런 방송이에요. 다들 일하느라 힘들고 바쁘셔서 방송이 자주 나오지 않는 게 안타까워요."누구나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채널의 꿈마을 미디어 지원활동 외에도 개미씨는 국내외 다양한 미디어 동향과 정책을 탐색하는 웹진 <진보적 미디어 운동 연구저널 ACT!> 편집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다.
"처음에 꽂혔던 건 '우리가, 민중이 우리 채널을 가져야 한다. TV든, 라디오든 틀면 딱 나오는 매체, 그 채널에서 누구나 무슨 얘기든지 할 수 있는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다'였어요. 때로는 지금 일이 처음 생각했던 목표에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지원 사업 실무가 너무 많기도 하고, 또 구체적인 미디어 제작 활동을 직접 하고 싶기도 하고 말이죠. 웹진 <ACT!>를 만들면서 해외의 독립채널 운동 사례나 새로운 장비, 기술 정보를 접하다 보면, 이런 걸 어떻게 한번 써먹어 볼까 자연스레 고민이 되지요. 아직은 발등에 떨어진 일만으로도 벅차지만, 그래도요!"'누구나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던 개미씨의 첫 마음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지원 업무를 하고, 공부하면서 오히려 더 깊어졌다. 그 마음이 '마을공동체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민중의 채널'을 이미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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