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결혼이주여성 "친정부모, 통화라도 됐으면..."

경남지역 네팔 이주여성 124가족 중 58가족이 대지진 피해

등록 2015.04.30 20:37수정 2015.04.3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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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6일, 네팔 현지인 둘이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해 있다.

지난 26일, 네팔 현지인 둘이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해 있다. ⓒ EPA


"전화통화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큰 지진이 난 네팔에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 다와돌마라마(27, 경남 함양)씨는 30일 저녁 울먹이며 말했다. 한 달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해서 친정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데 전화조차 되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와돌마라마씨는 2008년 시집 왔다. 그의 고향은 네팔 '신도발족'이라는 곳으로 수도 카트만두에서 75km가량 떨어져 있는 산악지역이다. 고향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언니, 오빠, 그리고 큰아버지 가족 등이 살고 있다. 고향마을에는 20여 가구가 있다.

그런데 지난 25일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은 것이다. 다와돌마라마씨는 "지진이 나기 사흘 전 엄마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더니 연결되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현지 소식을 검색해보고 더 불안해졌다. 그는 "인터넷에 보니까 고향 마을의 지역에 온전한 집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산악지대인데 친정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사는, 카트만두가 고향인 친구들과 전화연결을 해보았는데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된다며 다들 걱정이다"라며 "지금은 엄마 아빠와 전화통화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다와돌마라마씨는 대사관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와돌마라마씨처럼 네팔 출신 이주민들은 고향 가족의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피난생활 하거나 도로 단절로 피해 상황 파악도 못해"


경상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승해경, 아래 센터)는 "네팔 이주여성의 친정 피해가족을 조사한 결과 총 124가족 중 절반에 가까운 58가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대부분은 가옥 붕괴로 현재 피난생활을 하고 있거나, 도로 단절로 원래 살던 집의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는 "부모 등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특히 7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 인명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별 피해 상황을 보면 진주와 산청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고향 가족들의 피해가 크다"고 밝혔다.


네팔 가족 가운데 연락이 두절된 이주민만 해도 19가족이라는 것. 이 단체는 "지진피해를 입은 네팔 출신의 이민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5월 한 달 동안 '네팔 대지진 피해 다문화가족 돕기 집중모금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오는 5월 5일 창원 정우상가 일대에서 거리 모금도 벌인다.

경남이주민센터, 경남이주민연대회의 소속 10개국 교민회는 오는 3일 오후 창원 팔용동 경남이주민센터 앞 광장에서 "네팔 지진 피해 돕기와 인종차별 반대를 위한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대회"를 연다.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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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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